‘사라진 커브 5개’ 김광현 진화의 증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06 08: 40

김광현(26, SK)이 진화하고 있다. 아직까지 크게 도드라지지는 않고 있지만 분명히 의미 있는 변화가 보인다. ‘사라진 커브 5개’가 그 명확한 증거다.
올해 비상의 큰 기대를 받고 있는 김광현은 4일 문학 한화전에서 7이닝 2피안타 무실점 역투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직구 최고 구속은 150㎞까지 나왔고 전매특허인 슬라이더는 여전히 날카로웠다. 7이닝을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어깨 상태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은 또 하나의 수확물이었다. 그래서 그럴까. 이날 경기 후 김광현의 표정은 유난히 밝았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 김광현은 경기 후 “커브를 3개 던졌는데 모두 땅바닥에 떨어졌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아직은 커브를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의지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했다. 하지만 SK 전력분석팀이 이날 내놓은 투구분석표에 의하면 김광현은 총 8개의 커브를 던졌다. 모두 우타를 상대로 던졌는데 스트라이크는 2개, 볼은 6개였다.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5개’나 사라진 것은 좀처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해 묻자 김광현은 “슬라이더였다”라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최고 140㎞에 이르는 고속 슬라이더다. 우타자 기준 몸쪽으로 예리하게 떨어지며 헛스윙을 유도해낸다. 리그 최고의 구종 중 하나다. 그런데 이런 슬라이더가 느린 ‘커브’로 둔갑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광현은 “의도적으로 완급조절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슬라이더에 여러 변화를 줌으로써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는 의미다.
실제 김광현의 이날 슬라이더 최저 구속은 121㎞였다. 최고 구속이 135㎞였으니 무려 14㎞의 차이가 났다. 커브의 최고 구속은 123㎞였다. 때문에 느린 슬라이더가 마치 커브처럼 보인 것이다. 매일 김광현의 투구를 보는 전력분석팀도 잠시 착각했을 정도의 훌륭한 완급조절이었다.
김광현의 공은 빠르다. 전형적인 ‘파워피처’다. 상대를 구위로 윽박지른다. 하지만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이 무조건 ‘빠르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완급을 조절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김광현의 공은 빠르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한국 타자들이라면 더 그렇다. 항상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라고 이야기하는 김광현으로서는 체력 안배의 효과도 있다.
전형적인 직구-슬라이더 ‘투 피치’ 위주의 투수였던 김광현이 점차 다양한 패턴을 가져갈 수 있는 투수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 사라진 5개의 커브에서 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광현의 공을 수없이 받아본 박경완 현 SK 퓨처스팀 감독의 생각도 이와 같다. 박 감독은 “슬라이더는 최고다. 지금은 커브도 던지지만 슬라이더 하나로 여러 가지를 만들어야 하는 투수였다”라고 회상한다. 김광현이 그 방법을 스스로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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