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흔들렸던 SK의 필승조가 ‘4인 체제’로 재구축된다. 가능성도 선보였다. 더 이상 나은 대안은 없다. 이들의 활약에 따라 SK의 최종 성적도 좌우될 공산이 커 보인다.
SK는 5일 문학 한화전을 앞두고 엔트리에 소폭 변동을 가했다. 필승조로 뛰었던 사이드암 백인식이 2군으로 내려가고 이창욱이 1군에 등록됐다. 역시 큰 관심을 모은 선수는 백인식이었다. 지난해 5선발로 뛰었던 백인식은 올해 불펜 필승조에 포함됐다. 지난해 불펜이 고전했던 SK로서는 백인식의 가세가 큰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보직에 적응을 못하며 투구 내용이 크게 부진했고 결국 SK도 미래를 위해 용단을 내렸다.
이에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뜩이나 전력 보강이 없었던 SK 불펜의 기초 구상이 시즌 5경기만에 꼬였기 때문이다. 새롭게 등록된 이창욱은 아직 필승조 라인에 합류하기까지는 좀 더 지켜볼 부분이 있는 투수다. 박민호 임경완 여건욱 등이 2군에서 땀을 흘리고 있지만 조금씩 미지수인 점이 있다. 결국 이만수 SK 감독은 ‘4인 체제’의 필승조 라인 가동을 구상하고 있다. 진해수(28) 박정배(32) 윤길현(31) 박희수(31)로 이어지는 라인이다.

네 선수는 지난해 후반기에도 필승조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 됐다. 시즌 초반은 마무리 박희수를 빼고는 그렇게 출발이 좋지 않았다. 진해수 박정배는 연이은 등판에서 불안감이 있었고 윤길현은 팔꿈치 수술 후 재활로 1군 출발 자체가 늦었다. 필승조마저 확실하게 불을 끄지 못하다보니 불펜에 부하가 걸렸던 것도 사실. 하지만 명확한 교통정리와 함께 점차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5일 문학 한화전은 이런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한 경기였다. SK는 선발 로스 울프가 6이닝을 던지고 내려갔다. 7회 무사 1루에서 진해수, 8회에는 박정배, 그리고 6-2로 앞선 9회에는 윤길현이 차례로 등판해 3이닝을 무실점으로 합작했다. 박희수를 투입시키지 않고도 비교적 여유 있게 경기를 마무리한 것이다.
세 선수 모두 점차 구위가 올라오는 모습이 또렷했다. 진해수는 5-2로 앞선 7회 무사 1,2루의 위기에서 이용규와 피에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강한 인상을 남기며 위기를 진화했다. 시즌 초반 구위가 썩 좋지 못했던 박정배는 병살타 하나를 곁들이며 8회를 막고 회복세를 알렸다. 9회 등판한 윤길현은 최고 147㎞의 직구와 130㎞ 중반대의 슬라이더를 앞세워 ‘2K’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SK는 선발 투수들의 이닝소화능력이 어느 정도 검증이 된 팀이다. 김광현 울프 레이예스 윤희상 채병룡은 모두 6이닝 이상을 막아줄 수 있는 구위와 경험을 갖춘 선수들이다. 여기에 올 시즌 최고의 출발을 보이고 있는 박희수는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는데다 1이닝 이상도 가능한 마무리라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 적절한 투수 교체로 상대 타선의 흐름을 끊어갈 수 있다면 능히 리드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있다. SK의 재구축된 필승조 라인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