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을 더 부각시켜라”. 이만수 SK 감독의 긍정적인 생각이 조조 레이예스(31)의 공을 춤추게 했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것보다는 되는 것에 더 집중한 레이예스가 쾌투를 선보이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레이예스는 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8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시즌 첫 승을 따냈다. 지난 1일 잠실 LG전에서 5이닝 7피안타(1피홈런) 6실점(5자책점)으로 무너지며 첫 출발이 좋지 못했던 레이예스는 두 번째 경기에서 반등에 성공하며 그래프를 오름세로 되돌렸다. 지난해 상대전적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7.20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던 한화였기에 나름대로의 의미도 있었다.
사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레이예스가 이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반신반의였다. 이만수 감독의 생각도 그랬다. 이 감독은 “레이예스가 가장 신경 쓰인다. 잘해줄 것이라 기대했는데 지난 경기에서 던지는 것을 보니 지난해 구위의 반도 안 되더라”라고 걱정했다. 몸에는 큰 이상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기에 더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이만수 감독은 레이예스와 주로 호흡을 맞추는 조인성을 따로 불렀다. 레이예스는 지난해 모든 구종이 빠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직구는 150㎞이상, 슬라이더도 140㎞까지 나왔다. 그런데 다 빠르다보니 오히려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다는 평가도 들었다. 그래서 레이예스는 스프링캠프 내내 자신의 미국 시절 주무기였던 체인지업을 가다듬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변화가 독이 됐다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
이 감독은 조인성에게 “단점을 고치려고 하다가 장점도 같이 무뎌지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차라리 장점으로 단점을 메우게 하라”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레이예스는 이날 실제로 그런 투구를 선보였다. 직구와 슬라이더 투피치 유형은 그대로 두고 대신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최대한 낮게 떨어뜨리려고 애썼다. 맞을 때 맞고, 볼넷을 줄 때 주더라도 상대를 힘으로 압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실제 이 전략은 성공적으로 귀결됐다. 레이예스는 거침없는 공격적 피칭으로 한화 타선을 잘 막아냈다. 6회까지는 병살타 2개를 곁들이며 무실점 행진이었다. 7회 제구가 흔들리며 볼넷 두 개를 내준 끝에 1실점하기는 했지만 그럴수록 공을 더 세게 던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결국 8이닝 1실점 호투의 바탕이 됐다.
어차피 레이예스는 제구로 승부하는 투수가 아니다. 제구는 경기 중간중간에도 흔들린다. 이미 20년 넘게 야구를 한 선수가 이를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차라리 자신의 리듬대로 강하게 던지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리고 레이예스의 빠른 공은 여전히 한국 타자들에게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것이 이번 경기를 통해 입증됐다. 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최선을 추구하는 것. 이것이 레이예스의 올 시즌 성공 키워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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