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양의 야구 365]‘스피드 업' 정답은 '스트라이크 존'이다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4.04.07 07: 05

요즘 프로야구 현장에서는 ‘타고투저’가 최대 화두입니다. 올 시즌 외국인 타자들이 재등장하면서 투수들이 죽을 맛이라고 합니다. 특히 불펜 투수들이 ‘수난의 시대’를 맞았다고 난리들입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얘기가 지난 해부터 부쩍 늘어난 볼넷이 문제라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투수들의 제구력이 날카롭지 못한 탓도 있지만 심판진의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수치상으로도 2012년과 비교하면 지난 해와 올 시즌 현재까지 볼넷 개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2012시즌에는 경기당 평균 볼넷이 6.9개였으나 지난 해에는 7.6개로 부쩍 늘어났습니다. 이런 현상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해 4월 4일까지 20경기를 소화한 시점의 경기당 볼넷은 8.7개였고 올 시즌 4월 3일까지 19경기를 소화한 결과의 경기당 평균 볼넷은 9.1개였습니다.

아직 시즌 초반으로 볼넷이 많이 늘어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근 경기를 보면 볼넷이 쉽게 줄어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투수들의 제구력이 하루 아침에 향상되기는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현장의 야구 전문가들은 볼넷이 늘어나는 것은 야구의 수준을 저하시키고 경기 시간을 늘어나게 하는 최대 원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 중의 하나로 당장 스트라이크 존을 들었습니다.
한 구단 감독은 “우리 심판진의 스트라이크 존이 상대적으로 좁은 편이다. 규정에 나와 있는 존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는 가운데와 바깥쪽 높은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하지 않고 있다. 사실 높은 공은 투수의 실투로 타자들이 얼마든지 공략할 수 있는 코스이다. 스트라이크 존에 걸쳐서 높게 들어오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하게 되면 타자들은 공격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래야 경기 시간이 줄어들어 ‘스피드 업’이 되고 야구가 지루해지지 않는다”며 심판들이 지금부터라도 스트라이크 존을 규정대로 지켜야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전부터 국내 프로야구 스트라이크 존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인코스와 아웃코스는 넓게 보는 반면 위아래로는 좁다는 평이었습니다. 하지만 근년들어 미디어의 발전으로 심판진이 위축되다 보니 스트라이크존이 더욱 좁아졌다는 평가입니다. 이전에 후하게 줬던 바깥쪽 공은 볼로 판정되고 있습니다. 국내 프로야구 스트라이크 존은 성냥갑을 옆으로 누였고 미국과 일본은 성냥갑을 세워놓았다고 했으나 지금 한국야구는 성냥갑의 바깥쪽을 줄여서 누인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근년 들어 볼넷 숫자가 부쩍 늘어날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고 합니다. 볼넷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경기 시간도 늘어지게 됐습니다. ‘스피드 업’을 위해 투수 교체 시간을 2분 30초로 줄이는 등 노력하고 있으나 좀처럼 경기 시간은 줄지 않고 있습니다.
현장의 지도자들 뿐만아니라 구단 관계자들도 볼넷 증가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모 구단 단장은 “우리 투수들이 일본 투수들에 비해 제구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심판들의 스트라이크 존도 규정에 못미치고 있다. 볼넷 1개가 나오면 경기 시간이 5분이 늘어난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되면 야구의 재미가 떨어지고 지루해질 수 밖에 없다. 저질야구라는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개선책 강구에 나설 의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미 시즌이 시작된 마당에 심판들 각자의 성향을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교육시간도 부족하고 자신만의 존이 있는 상황이지만 심판들에게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서 만큼은 편하게 적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들입니다. 사실 심판진은 미디어의 발전으로 판정 하나 하나에 예민해지면서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지고 있습니다. 베테랑 심판들도 위축된 것은 물론 신예 심판진은 더 좁은 스트라이크 존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볼넷이 많아지면 당연히 투구수가 늘어납니다. 때문에 근래 들어 투수들의 완투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선발 투수가 5회만 되면 투구수 100개 안팎으로 던지고 있으니 완투승 내지는 완봉승을 기대하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나아가 노히트 노런과 퍼펙트 게임은 언감생심입니다. 방망이로 치고 받는 경기도 박진감이 있지만 투수들의 빼어난 투수전도 또다른 야구의 묘미입니다.
1차적으로 투수들의 제구력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심판진의 스트라이크 존도 규정대로 지켜져야 합니다. 그래야 좀 더 공격적이고 수준 높은 야구를 즐길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 초창기 최강이었던 해태 타이거즈가 공격적인 야구를 펼치면서도 가장 빨리 경기를 끝낼 수 있었던 비결을 되새겨볼 때입니다.
OSEN 스포츠국장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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