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1, 전 시카고 불스)도 혼자서 잘해 6번이나 우승한 것이 아니다. LG가 우승을 원한다면 원투펀치 데이본 제퍼슨(28), 문태종(39)만 바라봐서는 안된다.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하 챔프전)이 장기전에 돌입했다. 울산 모비스는 6일 치른 챔프 4차전에서 19점, 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작성한 로드 벤슨을 앞세워 71-60으로 승리를 거뒀다. 2승 2패를 나눠가진 양 팀은 하루 휴식 후 8일 울산에서 5차전을 치른다. 여기서 누가 이기더라도 승부는 최소한 6차전에서 가려지게 됐다.
LG는 지나치게 제퍼슨과 문태종에게 의존하고 있다. 득점루트가 두 선수에게 집중되면서 모비스의 수비는 한결 수월해졌다. 제퍼슨(15점)과 문태종(20점)은 4차전 35점을 합작했지만 그만큼 체력이 고갈됐다. 벤슨과 이대성의 분발로 제퍼슨과 문태종에 대한 수비법도 어느 정도 해법을 찾고 있다.

LG의 득점 의존은 수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4차전까지 LG가 올린 293점(경기당 73.3점) 중 제퍼슨(91점, 평균 22.8점)과 문태종(74점, 평균 18.5점)이 넣은 득점은 팀 득점의 56.3%를 차지한다. 이는 두 선수가 정규리그에 합작한 39.2%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두 선수의 공격비중이 훨씬 늘어난 것. 반대로 큰 경기 경험이 적은 다른 선수들은 공격참여에 소극적이었다는 뜻이다.
역시 가장 아쉬운 것은 김종규의 저조한 공격력이다. 챔프전 4경기서 김종규는 평균 6.3점에 그치고 있다. 본인의 정규리그 10.7점과 4강 플레이오프 12.3점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이다. 김종규는 함지훈 또는 로드 벤슨·리카르도 라틀리프와의 대결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 몸싸움에서 밀린 김종규는 리바운드도 평균 3.3개로 크게 줄었다.
마른 체형의 김종규는 골밑까지 밀고 들어갈 수 있는 체격과 포스트업 기술이 없다. 골대에서 멀어지니 특기인 공격리바운드에 이은 골밑슛도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일취월장한 점프슛도 요즘에 허공을 가르고 있다. 챔프전 야투율이 39.3%로 매우 저조하다. 김종규는 수비에서 함지훈과 외국선수를 막아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함지훈은 3차전까지 경기당 15.3점을 넣었다. 김종규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제퍼슨과 문태종을 중심으로 한 하프코트 오펜스는 모비스가 원하는 바다. 경기 흐름이 지금처럼 느리다면 모비스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LG는 남은 시리즈에서 체력적 우위를 앞세워 경기를 빠르게 전개해야 승산이 커진다. 1 대 1에서 밀린다면, 기동력이 좋은 김종규의 장점을 살려 속공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LG는 젊은 팀이다. 한 번 기세를 타면 팀 전체가 큰 상승효과를 가진다. 김종규의 장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나머지 벤치요원들까지 함께 폭발할 수 있다. LG는 박래훈, 조상열, 유병훈, 김영환, 기승호 등 풍부한 후보선수들을 고루 기용해 나이가 많고 주전 의존도가 높은 모비스를 압박해야 한다. LG 우승의 키는 역시 김종규가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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