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은 전과 다를 것이 없었지만, 유희관은(28) 여전히 공략하기 힘든 투수였다. 더 무서운 것은 아직 새로운 무기를 숨기고 있다는 점이다.
유희관은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7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지난해 10승 7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53으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유희관은 2번째 등판 만에 첫 승을 따냈다.
경기가 끝난 뒤 유희관은 기쁜 표정으로 “첫 경기보다 밸런스가 좋아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홈에서 경기를 하면 팬들도 많고 야구장이 커서 편하다. 지난해 KIA를 상대로 잘 던졌던 기억이 있어 자신감 있게 던졌고, (양)의지가 사인을 잘 내줬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82개의 공을 던진 유희관은 130km대 중반(최고 135km)을 기록한 빠른 볼, 그리고 이 공과 10km 정도 구속 차이를 보인 체인지업 위주로 투구했다. 좌타자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슬라이더와 느린 커브는 자주 사용하지는 않았다.
좌완이지만 지난해 우타자(.221)보다 좌타자(.332)를 만났을 때 피안타율이 높았던 유희관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좌타자를 잡기 위한 포크볼을 연마했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이미 싱커와 체인지업으로 효과를 봤던 만큼 포크볼을 이용해 좌타자까지 정복하면 올해는 더 나은 시즌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유희관은 KIA를 상대로 포크볼을 던지지 않았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이다. 유희관은 “대신 (좌타자 몸쪽으로)싱커를 던져 파울이나 땅볼을 유도했다”고 말했다. 좌완인 유희관의 싱커는 좌타자 몸쪽으로 휘어들어가며 가라앉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에 실투가 되지 않고 의도한 대로 갈 경우 타자는 방망이 중심에 공을 맞히기 쉽지 않다.
유희관이 좌타자를 상대로 몸쪽 승부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싱커가 있기 때문이다. 싱커 구사가 늘어나면 일반적인 좌완투수들이 좌타자를 상대했을 때 보여주는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위주의 단조로운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타자 입장에서 준비해야 하는 공이 하나 더 생기는 효과를 얻는 셈이다.
앞으로 지켜볼 점은 포크볼을 사용하기 시작하게 되는 시기다. 아직 언제가 될 것이라고 예고하지는 않았지만, 준비한 공이므로 유희관은 이번 시즌 중 언젠가는 포크볼을 꺼낼 것이다. 포크볼을 장착한 유희관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선 ‘2년차 징크스’ 우려 속에서도 새로운 무기를 아끼며 시즌 초반을 잘 헤쳐 나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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