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복덩이' 나바로, 외인 2루수 성공시대 예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4.07 06: 25

2루수는 포수와 함께 외국인선수를 가장 보기 어려운 포지션이다. 포수는 2004년 한화 엔젤 페냐가 출전한 게 유일하고, 2루수로 뛴 외국인선수도 얼마 되지 않는다. 일발 장타력을 갖춘 코너 내야수와 호타준족형 외야수들이 외국인선수들의 주 포지션이었다.
그래서 삼성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27)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나바로는 미국에서 주로 유격수로 뛰며 내외야를 넘나드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였다. 삼성 입단 후 외야수 기용도 검토됐으나 조동찬의 무릎 연골 재활에 따라 주전 2루수로 낙점됐다. 백업 2루수 김태완마저 최근 손바닥 염증으로 빠져 나바로의 가치가 더욱 상승하고 있다.
나바로는 의외로 수비에서 매우 강점을 보여주고 있다. 겉보기에 영성한 수비 동작으로 인해 캠프에서는 류중일 감독으로부터 호평을 받지 못했지만, 시즌을 치를수록 2루를 철통 같이 지키고 있다. 교과서적인 풋워크와 중심을 앞에 둔 수비가 아니라 의문부호가 달렸지만 특유의 감각과 운동능력으로 커버하고 있다.

자세가 다소 불안해 보일 수 있지만 공을 포구하는 능력이 안정적이고, 어떠한 자세에도 정확하게 송구할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타고난 운동능력과 부드러움으로 빠른 타구에 능숙하게 대처한다. 지난 4~6일 롯데와 울산 3연전에서도 나바로는 빠지는 타구를 쫓아가 낚아챈 뒤 가볍게 턴해서 1루 송구 아웃시키는 모습을 여러차례 보여줬다.
타격도 쏠쏠하다. 7경기에서 29타수 8안타 타율 2할7푼6리 2홈런 8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점은 팀 내 최다이자 리그 전체 공동 2위. 찬스에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주자가 없을 때에는 19타수 3안타 타율 1할5푼8리이지만 주자가 있을 때 10타수 5안타 타율 5할로 강하다. 득점권에서도 6타수 3안타를 치고 있다.
역대 외국인선수 중 2루수로 뛴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 외국인선수 제도 첫 해였던 1998년에는 OB 에드가 케세레스, 한화 조엘 치멜리스, 롯데 덕 브래디가 2루수로 뛰었다. 케세레스는 안정된 2루 수비로 재계약에 성공했으나 타격에서 인상적이지 못했고 이듬해를 끝으로 한국을 떠났다. 2000년 삼성 훌리오 프랑코, 2001년 삼성 카를로스 바에르가도 2루수로 잠깐 뛰었으나 출전 경기수는 30경기도 되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는 루 클리어가 2005년 LG에서 2루수로 6경기에 나선 뒤 2006년 한화에서 63경기를 뛴 것이 마지막이었다. 확실하게 성공한 외국인 2루수가 없었다. 수비 부담이 있는 포지션으로 기존 선수들과도 손발을 맞추는 조직적인 플레이를 해야 하는 부담 있었기에 타격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기 어려웠다. 외국인 2루수 메리트가 없었다.
하지만 8년만에 등장한 외국인 2루수 나바로가 삼성의 복덩이로 떠오르며 새로운 성공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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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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