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규혁의 눈물, "꿈이었던 올림픽 金, 지금은 없어서 다행"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4.07 12: 15

"올림픽 금메달은 꿈이었다. 그 메달을 갖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지금은 오히려 메달이 없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맏형' 이규혁(36, 서울시청)이 은퇴식을 가졌다. 이규혁은 7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은퇴식을 갖고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23년 동안의 세월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이에리사 국회의원,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및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전이경, 2014 소치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상화, 박승희 등이 이날 은퇴식에 참석해 이규혁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이규혁의 국가대표 경력은 화려했다. 13세 때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올림픽 6회 연속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이규혁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였다. 특히 1997년(1000m)과 2001년(1500m) 각각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빙속의 역사에 이름을 남겼고, 2003년과 2007년 아시안게임 2관왕, 세계 종목별 선수권대회 우승(1회), 세계 스프린트 선수권 대회 우승(4회) 등 국제대회에서 따낸 메달 개수는 30여 개에 달한다.

이규혁이 유일하게 정복하지 못한 무대가 올림픽이다. 이규혁은 1994년 릴레함메르동계올림픽 이래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까지 태극마크를 달고 6번을 도전했으나 유독 올림픽에서만은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6번의 불굴의 도전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달리던 이규혁의 모습은 메달보다 값진 감동을 국민들에게 선사했다.
이날 은퇴식에 참석한 전이경은 "함께 올림픽에 처음 같이 나간 것이 1994년 릴레함메르동계올림픽이었다. 그후로 벌써 20년이 지났는데 규혁이가 평창까지 선수생활 해줬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 있다. 하지만 규혁이에게 너무 힘든 부탁인 것 같다"며 미소를 보인 후 "6세 때 처음 스케이트를 신은 후 30년 가까운 세월을 스케이트에 집중해왔다는 것이 대견스럽다. 규혁이야말로 진정한 올림피언이 아닌가, 진정한 이 시대의 챔피언"이라고 사랑하는 후배의 마지막에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다. 
이어 기념패와 골든 스케이트를 전달하기 위해 자리에 나선 제갈성렬 전 스피드스케이팅 감독도 "이규혁이 처음 대표팀에 들어왔을 때 내가 주장을 맡고 있었다. 그 때의 어린 소년이 이제는 한국의 도전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 감동적이다"라며 "이제 남은 인생도 빙상을 정말 사랑하고 한국 빙상이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으면 한다"고 전했다.
많은 이들의 박수 속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규혁의 목소리에는 물기가 배어있었다. 자신의 스케이트 인생을 돌이키며 수많은 이들에게 감사를 전한 이규혁은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는데 감사함을 다 표현하지 못해 죄송했다. 아무래도 운동을 오래한 만큼 인사할 사람도 많은 것 같다"며 웃고는 "올림픽 금메달은 꿈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상상만으로도 흥분이 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을 이은 이규혁은 "올림픽 금메달을 갖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지금은 오히려 메달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10년 전, 20년 전 그 메달 가졌으면 지금의 감사함을 몰랐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털어냈다.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노력하고 살겠다. 지금까지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로 은퇴식을 마무리지은 이규혁은, 그 동안 선수생활 경력을 발판으로 지도자의 길과 학업 등 새로운 길을 준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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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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