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혁(36, 서울시청)의 삶은 도전의 역사 그 자체였다. 선수생활의 마지막까지 올림픽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이규혁은 마지막도 아름답고 즐거웠다.
이규혁은 7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은퇴식을 갖고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23년 동안의 세월에 마침표를 찍었다. 13세 때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올림픽 6회 연속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살아있는 역사'로 자리매김한 이규혁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6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기록은 결코 흔한 것이 아니다. 한국 선수로는 최다이며, 이번 소치에서 동계올림픽 7회 연속 출전의 대기록을 세운 스키점프의 가사이 노리아키(42, 일본)와 루지의 알베르토 뎀첸코(43, 러시아)의 뒤를 잇는 기록이다. 하계올림픽까지 통틀어도 드문 편이다(하계올림픽의 최다 연속 출전 기록은 요트의 후베르트 라우다슐(오스트리아, 9회), 최다 출전 기록은 승마의 이안 밀러(캐나다, 10회)가 갖고 있다).

그러나 6회 연속 출전에도 불구하고 이규혁은 유난히 올림픽 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본인 스스로도 아쉬움이 남는 일이었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이후 은퇴와 현역 생활의 기로에서 고민하던 이규혁은 다시 한 번 도전을 선택했다. 구슬땀을 흘리며 노력해온 지난 시간들을 메달이라는 형태로 마무리짓고 싶은 마음이 은퇴 대신 또 한 번의 도전을 선택하게끔 했다.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마음, 그러나 반대로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나선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그는 500m 18위, 1000m 21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6번째 도전에서도 메달은 끝내 그를 외면했다. 하지만 끝까지 이를 악물고 달린 이규혁의 포기하지 않는 레이스는 메달보다 값진 그의 삶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메달이었다.
자신의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이규혁은 지금까지 '국가대표 이규혁'을 있게한 많은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의 은퇴식은 본인의 표현대로 "결혼식처럼" 시종일관 즐겁고 밝은 분위기였다.

"올림픽 금메달을 갖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지금은 오히려 메달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10년 전, 20년 전 그 메달 가졌으면 지금의 감사함을 몰랐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털어낸 이규혁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노력하고 살겠다. 지금까지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밝은 미소를 보였다.
금메달이 없어서 다행이었다는 이규혁. 금메달이 목표가 아닌 과정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이규혁은 메달보다 값진 도전의 가치를 증명했다. 전이경의 말처럼 '진정한 올림피언'으로 거듭난 이규혁의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은 마지막까지 아름답고 즐거웠다.
costball@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