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불륜치정이냐, 여성 공감극이냐.
파격적인 설정으로 화제를 모아온 JTBC '밀회'가 7일 방송을 통해 그 색깔을 명확히 할 전망이다. 상류층을 꼬집으면서 불륜 코드를 장착해 기존 불륜극과는 '때깔'을 달리한 '밀회'가 이날 방송에서 김희애(혜원 역)-유아인(선재 역)의 애정전선이 보다 명확해지고 남편 박혁권(준형 역)이 이들의 관계를 눈치챈 후의 상황이 그려지는 만큼, 이제껏 붙들어 온 '다른 색깔'을 유지해낼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남녀의 불륜과 남편의 개입 등은 여느 불륜치정극에서 자주 쓰이는 설정. 물론 '밀회'는 앞선 방송에서 기타 불륜극과 다소 다를 수도 있음을 충분히 보여준 상태이긴 하다.

극중 혜원이 선재에게 끌리는 게 단순히 남녀간의 애정문제가 아니다. 40대 여성이 갖게 되는 젊음에의 미련, 열정에의 동경, 어린 여자에 대한 질투, 사회생활의 고독 등을 설득력있게 포진시키면서 이 결핍을 채워줄 상대로 선재를 등장시킨 것.
그래서 두 사람이 불륜관계가 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40대 여성의 이같은 심리를 얼마나 현실성 있게 그리느냐가 이 드라마의 핵심인 것이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여성들의 폭발적인 공감을 얻으며 인기 드라마 반열에 올라선 상태다.
남편이 비교적 일찍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된 것도 기타 불륜극과는 다르다. 두 사람이 관계를 들키냐 마느냐를 두고 긴장감을 유발하는 다른 드라마와 달리, 남편은 매우 초반에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챘다.
여기서 두 사람이 결혼 생활을 유지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해진다면 다른 불륜극과 크게 다를 게 없어지지만 '밀회'는 다른 곳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선재가 필요한 준형은, 아내에 대한 배신감보다 선재를 놓치기 싫다는 마음이 더 큰 듯 선재에게 오히려 더 잘해주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

결혼에 가장 치명적인 불륜 조차도, 사회적 성공을 위해서라면 눈을 감아줄 수 있는 상류층의 세태를 꼬집는 장치가 된 셈. 따라서 준형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밀회'의 정체성이 특히 더 달라질 전망이다.
일단 공개된 예고는 혜원의 지친 심정이 잘 드러난다. 그는 "집이라는 데가 가끔 직장같을 때도 있단다"라고 말한다.
또 7일 제작진이 공개한 사진 속에서도 김희애가 이마에 밴드를 붙인 채 외롭고 힘든 표정으로 앉아 있거나 상사 앞에서 고개 숙인 채 서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순수한 선재와 사랑에 빠지면서, 상사들의 온갖 추잡한 일들을 처리하고 돌아와 집에서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 혜원이 자신을 둘러싼 비정한 환경 속에서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지 앞으로의 전개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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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