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스왈로스의 홈구장인 일본 도쿄 메이지 진구구장.
지난 6일 이곳에서는 성대한 행사가 열렸다. 이날 야쿠르트는 한신 타이거스에 8-15으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으나 경기 후 그라운드에는 많은 팬들과 취재진들이 모여 행사에 높은 열기를 더했다. 커다란 케이크와 생일 축하 노래 속 등장한 주인공은 선수도 아니고 코칭스태프도 아닌 바로 야쿠르트 마스코트 쓰바쿠로였다.
쓰바쿠로는 올해 탄생 20주년을 맞았다. 야쿠르트는 4~6일 한신전을 '쓰바쿠로 생일 시리즈'로 정하고 경기 전부터 전광판을 통해 "쓰바쿠로, 생일 축하해. 쓰바쿠로가 벌써 20살이 되었습니다"라는 축하글을 띄우며 관중들의 축하를 유도했다. 경기 중간중간에는 사회자가 쓰바쿠로와 대화를 나누며 그의 성'조'식을 기념하는 모습.

일본 프로야구에서 유일하게 유니폼을 입지 않는, 제비 모양의 쓰바쿠로는 지난 1995년부터 야쿠르트의 마스코트로 활동해 올해 만 20살을 맞았다. 2012년 말에는 마스코트 최초로 FA를 신청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쓰바쿠로는 이전 연봉 1만엔을 유지하는 대신 "야쿠르트 무제한, 원정시 맥주 제공, 뒤돌아넘기 성공시 2896만엔 지급" 등 재미있는 옵션을 달았다.
쓰바쿠로는 자신의 이름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홈경기 때마다 필담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한자 없이 히라가나로만 글을 쓰는 것도 쓰바쿠로의 특징이다. 단지 분위기를 띄우고 재주를 선보이는 마스코트들과 달리 올해 시즌을 앞두고 블로그에 "동북부의 대지진을 잊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절대 정체를 밝히지 않아 20년 내내 한 사람이었는지조차 비밀이다.

야쿠르트는 같은 도시를 연고지로 쓰고 있는 '국민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치여 많은 팬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오사카가 연고지인 한신보다 홈팀 관중이 더 적을 정도. 그러나 쓰바쿠로의 재미있는 활약으로 야쿠르트는 지명도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름을 알린 넥센 히어로즈의 턱돌이도 쓰바쿠로와 같이 마스코트부터 시작해 팀이 유명해진 케이스다.
팀에 중요한 마스코트인 만큼 쓰바쿠로의 20살 생일파티는 성대하게 치러졌다. 야쿠르트 뿐 아니라 타팀 유명 선수들도 쓰바쿠로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6일 스리런을 친 이와무라는 경기 후 "쓰바쿠로에게 좋은 선물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팀을 대표해 유명해진 마스코트와, 이를 확실히 밀어주는 팀. 야구 마케팅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파트너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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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