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쉬 벨, LG 베테랑 4인방과 시너지 '빅뱅'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4.08 10: 39

불과 5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전력분석이 미미한 시즌 초반, 단기간 대폭발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기록을 보면 상당히 낯선 부분이 있다. LG가 개막 10일차까지 팀 OPS .873으로 리그 1위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OPS가 공격력의 전부는 아니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타자, 혹은 타선의 기량을 판단할 수 있는 하나의 척도일 뿐이다. OPS가 곧 그 팀의 득점력과 직결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OPS는 도루와 같은 주루플레이는 전혀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LG는 OPS와 인연이 없었다. 드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했고 그러면서 단 한 차례도 리그 홈런왕을 배출하지 못했다. 빼어난 컨택 능력과 빠른 다리로 높은 타율, 많은 도루를 기록하는 타자는 꾸준히 나왔지만,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는 드물었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티켓을 받은 2013시즌에도 팀 타율은 2할8푼2리로 3위였지만 팀 OPS는 .741로 5위였다.

이랬던 LG가 OPS에서 돋보이고 있는 것은 조쉬 벨 덕분이다. 벨은 시즌 첫 5경기서 홈런 4개를 터뜨리며 OPS 1.570을 찍고 있다. 리그 전체 홈런 1위이자 OPS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스위치히터인 조쉬 벨은 지난 1일 잠실 SK전서 한국프로야구 통산 5번째 한 경기 양타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좌타석에선 힘, 우타석에선 정교함이 뛰어나다는 코칭스태프의 평가 속에 과거 롯데에서 뛰었던 펠릭스 호세를 연상시킨다.
호세가 가장 좋은 기록을 남겼던 해는 2001시즌이다. 타율 3할3푼5리 36홈런 102타점 OPS 1.198을 찍으며 리그를 정복했다. 그런데 호세의 맹활약과 상반되게 롯데는 2001시즌 최하위에 자리했다. 호세는 막강했지만, 호세와 조화를 이룰 타자들이 부족했다. 때문에 롯데와 상대하는 팀들은 호세가 타석에서면 고의4구를 남발했다. 2001시즌 호세의 출루율 5할3리에는 고의4구의 비중도 상당했다.
하지만 LG에선 벨이 호세와 같은 경우에 처할 확률은 지극히 낮다. 올 시즌 벨은 4번 타자로 베테랑 4인방과 함께 상위 타순에 자리하고 있다. 리드오프 박용택을 시작으로 이진영 정성훈 이병규(9번) 등이 벨의 앞뒤에 포진한다. 베테랑 4인방 모두 지난 타율 3할 이상을 기록, 타격 순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도 베테랑 4인방은 3할대 타율을 유지 중이다.
즉, 2001시즌의 호세처럼 마음 놓고 벨을 걸렀다가는 더 큰 화를 부른다. 주로 이병규가 5번 타자로 나서는데 이병규는 지난해 주자 있을 때 타율 3할8푼3리, 득점권에선 타율 4할2푼6리를 쳤다. 올 시즌도 표본은 적지만 주자 있을 때 타율이 4할이다. 이대로라면, LG 상위타선이 리그에서 가장 이상적인 득점공식을 세울 수 있다.
결국 모든 것은 벨에게 달려있다. 베테랑 4인방은 오랫동안 누적된 노하우와 자기관리로 올 시즌도 제 몫을 할 것이다. 벨이 첫 5경기서 보여준 모습처럼 파워와 컨택, 그리고 선구안까지 삼박자를 고루 유지한 채 시즌을 마친다면, LG 상위타선이 리그 최강이 되는 것도 가능하다.
한편 벨은 스프링 트레이닝서 이들 베테랑 4인방의 타격 모습을 보고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LG 관계자는 “벨이 애리조나 캠프부터 베테랑들이 소속된 A조에서 타격 연습을 하기를 바랐다”며 “베테랑들의 타격 자세를 보고 자신에게 적용하는가하면, 통역을 통해 타격 자세와 관련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고 밝혔다. 주장 이진영도 “벨이 다른 외국인선수들과는 다르게 배우려는 자세,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자세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물론 타격코치의 지도에도 귀를 기울였다. 신경식 타격코치는 벨을 두고 “벨이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한국무대를 택했다더라. 미국 같은 경우 워낙 선수가 많으니까 우리나라처럼 코치가 붙어서 지도하는 경우가 드물다. 벨도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서 그저 정해진 대로 타격연습·수비연습만 해서는 절대 자신의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다. LG서 뛰는 게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벨 역시 시즌 개막을 하루 앞두고 “감독 코치 트레이너님들이 잘 지도해주셔서 그들을 믿고 올 시즌 준비를 잘했다”고 능동적으로 한국야구를 배우고 있음을 직접 전한 바 있다. 벨이 이러한 마음을 유지한다면, 슬럼프가 왔을 때 코칭스태프와 머리를 맞대고 빠르게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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