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 감독이 고민에 빠졌다. 공격의 물꼬를 틔울 1번 타자의 부진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해까지 1번 중책을 맡았던 배영섭(외야수)의 입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형식, 야마이코 나바로, 김상수, 박한이 등 4명의 후보를 놓고 저울질했었다.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열린 연습 경기를 통해 후보들의 기량을 점검했다.
결국 류중일 감독은 정형식의 손을 들었다.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 그리고 컨택 능력을 인정 받았던 정형식의 1번 중용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그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2할7푼3리에 불과했으나 4할대 출루율로 합격점을 받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다. 정형식은 7일까지 타율 1할2푼5리(24타수 3안타) 2타점 3득점에 불과했다. 출루율은 2할1푼4리. 기대보다 실망이 큰 게 사실. 1번 정형식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타선의 흐름은 끊길 수 밖에 없었다.
"정형식은 1번 타자로서 삼진이 너무 많다. 방망이가 나오는 동작이 너무 길다. 그러다 보니 타이밍이 좀 늦다"는 게 류중일 감독의 지적이다.
그래서 류중일 감독은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주말 3연전 때 타선 변경을 꾀했다. 정형식 대신 김상수와 박한이를 1번 타자로 번갈아 기용했다. 삼성은 6일 경기에서 롯데를 7-1로 꺾고 3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류중일 감독은 1번 교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삼성으로선 정형식의 타격감 회복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침묵이 길어진다면 류중일 감독 또한 대안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고 했던가. 다시 말해 정형식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삼성은 8일부터 3일간 휴식기에 돌입한다. 정형식에게도 재충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 삼성의 4월 성적은 정형식의 활약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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