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난투사](50)조인성과 배영수의 ‘까닭 있는’ 정면충돌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4.04.08 08: 04

2002년은 삼성 라이온즈가 창단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던 해였다. 2001년에 해태 타이거즈에서 삼성으로 자리를 옮겨 지휘봉을 잡은 김응룡 감독이 삼성의 21년 묵은 숙원을 풀어준 것이다. 
배영수(당시 21살)는 2000년에 삼성에 입단, 2001년에 13승을 거두며 삼성 선발진의 한축으로 자리 잡았으나 2002년 들어서는 부진했다. 그런 와중에 6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LG 트윈스전에서 배영수가 LG 포수 조인성(당시 27살)과 정면충돌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LG가 1회 삼성 선발 오상민을 집중 공략, 4점을 뽑아냈고 삼성은 마해영이 6회에 2점 홈런을 날려 2-4로 추격했다. 7회 초 LG 공격 무사 1루 상황에서 전병호에 이어 배영수가 등판했다. 배영수는 1사 후 박용택의 허벅지에 공을 맞힌 다음 서용빈에게 적시타를 얻어맞아 1점을 내준 뒤 조인성과 마주보고 섰다. 배영수는 1사 1, 2루 상황에서 초구를 조인성의 등을 맞혔다.

이미 자신을 겨냥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었던 조인성은 공에 얻어맞자마자 제지하는 허운 주심을 뿌리치고 득달같이 마운드로 짓쳐 달려가 배영수에게 발차기를 했다. 배영수도 발을 같이 내밀었다. 조인성이 배영수의 발에 걸려 넘어지는 순간, LG와 삼성 양 팀 선수들이 우르르 덕 아웃에서 쏟아져 나와 그라운드에서 대치했고 여기저기에서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이승엽이 LG 투수 서승화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이 TV 중계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흥분한 LG팬들은 삼성 선수들에게 심한 야유를 보냈다. 한 관중이 던진 공이 마운드에 떨어지기도 했다. 심판진과 양 팀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을 진정시키자 허운 주심이 먼저 물리력을 행사한 조인성에게 퇴장을, 배영수에게는 경고를 내렸다. 이에 김성근 LG 감독이 달려나와 ‘불공평한 처서’라며 항의, 경기가 9분간 중단됐다.   
KBO는 7월 1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조인성에게 제재금 100만 원과 출장정지 2게임의 징계를 내렸다. 공교롭게도 삼성은 그 경기를 계기로 7월 9일까지 7연패, KIA와의 선두 다툼에 비상이 걸렸지만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끝내 첫 정상의 감격을 누렸다.
조인성과 배영수의 맞대결은 숨은 비화가 있었다. 조인성의 회고담이다. 
“1년 전에 제가 삼성과의 경기(2001년 6월 30일 잠실 경기로 추정)에서 2루 주자로 있다가 홈으로 들어오는 상황이 있었어요. 그 때 삼성 투수 배영수가 홈으로 백업을 가다가 제가 들어가는 라인에서 부딪혀 쓰러졌습니다. 저는 정당하게 들어왔는데 배영수가 잘못한 것입니다. 그런데 배영수는 내가 일부러 몸으로 밀었다 생각했을 겁니다. (배영수가)그걸 벼르고 벼르다 1년 만에 만나 빈볼을 던진 것이지요. 저로선 정당한 주루 플레이였습니다. 홈으로 진입하는데 배영수가 얼떨결에 커버를 들어오다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충돌한 것입니다.”
조인성은 타석에 들어설 때 이미 배영수의 빈볼을 각오하고 있었다.
“(공에)맞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 무렵에는 보호대를 거의 차지 않고 타석에 들어갔지만  만약에 대비해 보호대를 차고 나섰는데 등에 공을 맞았어요. 그래서 달려 나갔지요.”
조인성은 지난 난투극을 돌아보며 웃었다. “배영수는 후배지만 배짱이 있는 투수예요. 그러니까 지금도 ‘배영수 배영수’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때 뿐입니다. 지금은 잘 지냅니다.”
야구하는 선후배끼리의 그라운드 충돌이란 상황이 빚어낸 어쩔 수 없는, ‘칼로 물 베기’ 같은 일. 그 순간이 지나가면 서로 잊고 지내고, 지내야하고, 또 그렇게 지낼 수밖에 없는 게 야구장의 풍속도이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조인성과 배영수가 빈볼시비로 그라운드 정면충돌을 빚은 뒤 서로 노려보며 씩씩거리고 있다.(제공=일간스포츠>
조인성과 배영수의 현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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