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주진모가 끝없는 고난 세례를 묵묵히 받아내고 있다. 고려왕인 그는 원나라의 적국에 광물을 팔았다는 죄목으로 고려에서 원나라까지 끌려온 상태. 백안장군(김영호 분) 무리로부터 받았던 엄청난 고문부터 시작해, 자신의 친아들로부터 받는 모욕, 호시탐탐 복수심에 불타 자신이 목숨을 노리는 당기세(김정현 분)의 공격까지 왕유(주진모 분)에게는 끝없는 시련이 닥쳐오며 인내심을 시험하는 중이다.
지난 7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한희 이정준)에서는 기승냥(하지원 분)의 도움으로 구사일생 목숨을 구하고 유배를 떠나는 왕유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왕유는 원나라에 끌려와 백안 장군으로부터 고문을 당했다. 사실 왕유가 원나라로 소환돼 고문을 받게 된 것은 그와 함께 기승냥을 쫓아내고자 하는 백안 장군과 황태후(김서형 분)의 계략이었다. 백안과 황태후는 거짓 장부와 문서를 만들어 왕유에게 혐의를 덮어씌웠고 그가 기승냥과 공모했다는 자백을 받아내고자 고문을 가했다.

그간 왕유는 온갖 고초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의 기지를 발휘해 목숨을 이어왔고, 기승냥의 도움으로 고려로 돌아가 자신의 자리를 되찾았다. 그러나 안정도 잠시, 그는 또 다시 원나라에 끌려와 권력의 희생양이 됐다.
왕유는 고난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사실상 그와 기승냥의 사이에서 난 아들 마하(김진성 분)는 자신의 진짜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양모 타나실리(백진희 분)의 원수를 갚겠다며 친부모 왕유, 기승냥에 대해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는 상황. 왕유는 그런 아들에게 "황태후가 그렇게 시키던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법. 네 어머니의 원수를 갚고자 한다면 황태후와 백안을 모두 죽여야 할 것이다"라고 꾸짖었다.
마하가 자신의 아이란 것을 알고 있는 왕유는 늘 마하를 애틋하고 대견한 눈빛으로 바라봤었다. 그러나 황태후의 잘못된 교육으로 인해 마하는 어긋난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었고, 왕유는 그의 그런 비뚤어진 성정을 안타깝게 여겼고, 그의 꾸중에는 그런 안타까운 마음이 담겨있었다.
왕유가 받은 고난의 절정은 유배길에서였다. 탈탈(진이한 분)과 함께 궁을 빠져 나와 유배길에 나선 왕유 앞에백안(김영호 분)이 길을 가로막고 서 명예롭게 죽을 기회를 주겠다며 칼을 내밀었다. 두 사람이 치열한 승부를 가리고 있는 때, 몰래 숨어 이 모습을 지켜보던 당기세 무리는 그의 심장에 화살을 겨누고 쏘았다. 그와 동시에 백안의 칼이 왕유의 몸을 꿰뚫었다.
왕유는 황궁 안에서 죽었다고 알려진 상황. 그러나 그의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고 옆에 있는 연비수(유인영 분)가 그런 그로 인해 오열했다. 이처럼 힘없는 나라의 왕 왕유의 처지는 '기황후' 속 그 어느 누구보다 안타깝기만 하다. 주진모는 상황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강직한 왕유의 모습을 묵직한 존재감과 연기력으로 소화해내고 있다. 그의 카리스마 있는 눈빛은 최근들어 남다른 광기를 드러내고 있는 타환(지창욱 분)과 힘의 균형을 맞추며 극 중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가장 불행한 남자 왕유가 웃을 날이 오게 될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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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