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치정도 유아인과 김희애가 하면 달랐다.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드라마 '밀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가 여성 시청자의 공감을 사며 감성 드라마로 떠오르고 있다. 큰 틀은 불륜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그동안 막장극에서 보여준 자극적인 사랑이 아닌 순수한 멜로를 그리면서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밀회'는 세련된 커리어우먼으로 살던 오혜원(김희애 분)과 자신의 재능을 모르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유아인 분)의 사랑을 그린 작품. 스무 살 차이의 연상녀와 연하남, 남편이 있는 선생님을 사랑하는 제자의 사랑이지만 그 마음은 어떤 사랑보다 순수하고 설렜다.

지난 7일 오후 방송된 '밀회' 7회에서는 직장에서 온갖 수모를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낸 혜원이 선재를 찾아가 조금이나마 위로받는 모습이 그려졌다. 선재 역시 혜원을 온 마음으로 걱정하며 그녀가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쉴 수 있길 바랐다. 혜원은 선재를 거부하고 있지만 그녀에게 선재는 사회에서 받은 상처를 치료하는 안식처 같은 역할이기도 했다.
하지만 혜원은 그런 선재의 마음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 선재는 끊임없이 혜원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다가가지만 혜원에게는 지켜야할 삶이 있는 것. 그러면서도 선재에게 끌리는 마음을 부정할 수도 없어 힘들어했다.
혜원과 선재의 사랑이 불륜임에도 순수하게 비춰지는 것은 선재 때문이다. 힘들어하는 혜원을 위해 사심없이 잠시나마 그녀가 쉴 수 있는 깨끗한 방을 마련하고, 혜원에게 비아냥거리는 서영우(김혜은 분)를 보며 화를 내는 등 무한한 배려를 보여줬다. 이런 순진무구한 선재의 정성이 두 사람의 관계를 단순한 불륜이 아닌 설레는 사랑으로 그려준다.
또 혜원과 선재의 사랑의 매개체가 피아노라는 것도 두 사람을 좀 더 아름답게 표현하는 장치. 피아노로 교감하고, 사랑 그 이상의 감정을 나누는 혜원과 선재의 모습은 시청자를 더욱 설레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반항기를 빼고 순수한 선재를 연기하는 유아인의 섬세한 연기력이 두 사람의 사랑을 더욱 잘 살려냈다. "너무 좋아하면 다 들키지 않나요?"라고 당돌하게 고백하다가도, 잠든 혜원의 구두가 벗겨져 깨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작은 떨림까지도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밀회'에서 유아인은 확실히 멜로가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한편 '밀회' 7회는 3.671%(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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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