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했어도 벌써 했을 나이다. 한국 나이로 마흔 살인 문태종(39)이 아직도 펄펄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창원 LG와 울산 모비스가 운명의 5차전을 앞두고 있다. 2승 2패로 맞선 두 팀은 8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한판 승부를 펼친다. 5차전을 이기는 팀은 우승의 8부 능선을 넘는다. 특히 6차전 창원으로 돌아가는 LG의 경우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모비스 입장에서는 5차전을 반드시 이겨 놓고 창원에 가야 한다.
LG의 주포 문태종의 챔프전 활약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1975년생 문태종은 챔프전 4경기에 모두 주전으로 나서 평균 32분 31초를 소화하고 있다. 가장 못한 경기가 14점을 넣은 1차전이다. 문태종은 평균 18.5점으로 22.8점의 데이본 제퍼슨에 이어 팀내 2위를 달리고 있다. 장기인 3점슛은 성공률이 61.1%에 이른다.

모비스에서 수비 좀 한다는 선수들이 전부 달려들어 문태종을 막고 있다. 하지만 그를 100% 막아내는 선수는 없다. 사이즈와 힘이 좋은 이대성이 선전하고 있지만, 발목 부상 여파로 20분 이상 출전하기 힘든 상태다. 이지원, 송창용 등은 전혀 문태종을 막지 못하는 상태다. 에이스 문태영에게 형의 수비까지 맡기기에는 짐이 너무 크다.
문태종은 농구선수로 환갑을 넘겼다. 30대 중반 선수들도 체력부담을 호소하는 상황. 문태종은 체력소모가 큰 포워드인데 어떻게 30분 이상을 뛸 수 있는 것일까. 비결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맞춤형 훈련에 있다.
문태종의 시계는 오로지 경기준비를 위해서만 돌아간다. 전자랜드 시절부터 그는 여가시간이 있어도 숙소에서 쉴 뿐이다. 놀러 나가자는 동료들의 권유에도 요지부동이다. 탄산음료와 인스턴트 음식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문태종은 본인의 몸 상태를 고려해 특별히 영양분을 계산한 특제 음료수를 마신다. 술과 담배를 찾고 밤에 여자와 데이트까지 하러 나가는 일부 선수들과 비교되는 부분. 외국선수들이 문태종을 보고 ‘답답하다’, ‘예수님 같다’고 하는 이유다.
한국농구의 경우 대부분 비시즌에 체력을 강조한다. 심폐지구력과 체력 및 정신력 강화를 위해 고산지대에서 크로스컨트리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대다수 농구인들이 경기장에서 발휘되는 소위 ‘게임체력’은 따로 있다는 말을 한다. 상대적으로 개인기를 개발하는 시간은 적다.
문태종의 경우 비시즌 팀의 단체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 김진 감독에게 “비시즌에 나만의 훈련방법이 있다. 몸을 만들어 올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가족여행을 마치고 문태종이 귀국했을 때 약속대로 완벽한 몸 상태였다고 한다. 시즌만 끝나면 흥청망청 술을 마시는 일부 선수들은 문태종을 보고 반성해야 한다.
문태종은 시즌 중에도 나이를 고려해 팀 체력훈련에 빠지고 웨이트 트레이닝과 전술훈련만 소화하는 등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결국 이런 관리와 노력이 습관화되다보니 문태종은 코치를 할 나이에 여전히 주력선수로 뛰며 챔프전서 맹활약을 하는 것이다.
경기 중에도 문태종은 완벽한 기술로 상대 힘을 이용하고, 타이밍을 뺏어 슈팅하는 지능적인 농구를 한다. 슛하는 자세 또한 교과서가 따로 없다. 워낙 균형감각이 좋다보니 다소 자세가 흐트러져도 대부분 골로 연결된다. 문태종의 대활약은 후배 선수들에게 보는 것만으로도 귀감이 된다. 과연 문태종은 나머지 시리즈에서도 결정적인 상황마다 득점하며 LG에 창단 첫 우승을 안길 수 있을까.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