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S80 D2, 1.6L라 부족해? 남겼다가 어디다 쓸까!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4.04.09 09: 18

선입관이 문제였다. 중형 패밀리 세단을 배기량 1600cc 엔진이 버텨낼까 하는 의구심이 볼보 ‘S80 D2’를 다른 시선으로 보게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선입관은 선입관일 뿐이었다.
범 사회적으로 ‘과잉 스펙’이 문제다. 기업에서 꼭 필요로 하지도 않은 스펙을 쌓기 위해 취업준비생들은 시간과 돈을 넘치도록 들여야 하고, 북한산을 등반하기 위해 에베레스트에나 어울릴 법한 장비를 갖추는가 하면, 초중등학생이 중-고교 학과 과정을 앞당겨서 공부하고 있다. 급기야 선행학습을 막는 법률까지 만들어지는 웃지 못할 현실이다.
자동차라고 예외일 리가 없다. 실제 주행에서 가용 출력을 최대한 쓸 일이 거의 없지만 배기량이 클수록 좋다는 선입관이 팽배해 있다.

볼보자동차 ‘S80 D2’가 이러한 과잉 스펙에 경종을 던져주고 있다. ‘과잉’을 버리고 ‘실속’을 챙기라는 메시지가 이 차에 담겨 있다. 중형 세단의 만만치 않은 덩치이지만 터보 기능이 있는 1.6L 디젤 엔진으로도 양껏 쓰고 남음이 있었다. 그 결과 얻는 소득은 고속도로 기준 19.7km/l(복합연비 16.9km/l)의 ‘1등급 연비’와 플래그십 세단의 안정적인 드라이빙 이었다.
▲같은 디자인?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볼보자동차의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디자인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정통성을 중시한다. 그러나 일관된 방향성을 견지하는 가운데에도 분명 변화는 있다. 작은 터치 하나가 자아내는 방향성은 세련됨이고 도회적이다. 볼보자동차가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을 고수하는 이상 디자인의 ‘완결판’은 나올 수 없을 듯하다. 끊임없이 완성도를 높여갈 뿐이다.
1998년 볼보자동차의 각을 깎아 ‘S80’을 탄생시킨, 자동차 디자인의 거장 피터 호버리 이후 ‘절제가 빚어내는 럭셔리’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S80 D2 내부 디자인의 콘셉트가 벤틀리 내부 디자이너였던 로빈 페이지의 손끝에서 탄생됐다는 사실 만으로도 볼보자동차 디자인의 지향점을 짐작할 수 있다.
운전자의 시선이 가장 많이 머무르는 계기판은 고해상도 디지털 시스템으로 갖춰졌는데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퍼포먼스(PERFORMANCE), 엘레강스(ELEGANCE), 에코(ECO) 등 세가지 모드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퍼포먼스 모드는 RPM 표시가 속도계처럼 보이게 해 출력 보다는 토크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게 했다. 
▲필요할 때 빵!빵! 터보 4기통 디젤 엔진
신형 쏘나타보다 딱 5mm 작은 차를 배기량 1600cc 엔진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조바심에 처음에는 가속페달을 조심스럽게 밟았다. 그런데 의외로 퍼포먼스가 굵직했다. 가속페달에 발끝의 감각이 익어가자 차체와 엔진과 운전자가 한 몸이 되기 시작했다. ‘1.6’은 그저 숫자에 불과했다.
몇 가지 요인을 확인해 봤다. 디젤 엔진과 궁합이 잘 맞는 터보 기능이 있었고, 최대토크는 일반 운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구간인 1750~2500rpm 사이에서 발휘되도록 세팅 돼 있었다. 최대토크는 27.5kg.m로 1600cc 디젤 중 최상급 수준이다. 출발은 묵직했지만 시속 80~120km 구간에서의 움직임은 가볍고 자유로웠다. 
3600rpm에서 발휘되는 최고 출력 115마력의 한계는 딱 한군데, 최고 속도에서 나타났다. 시속 180km를 넘어서면 마치 칼로 자른 듯 가속이 멈추는 현상이 나타난다. ‘S80 D2’의 공식 제원에 표시 된 최고 속도는 시속 185km다. 이 상황만 제외하면 1.6리터 115마력 엔진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부족함은 없었다.
▲200km/h는 멀고 1등급 연기는 가깝다
시속 200km/h가 넘는 고속 주행, 남자들의 로망이다. 그러나 현실 도로에서 이 속도로 달릴 수 있는 구간은 많지 않다. 1년에 한두 번 달려볼까 말까 하는 꿈의 속도 보다는 매일매일 지갑에 와 닿는 ‘1등급 연비’가 더 현실적이다.
1.6리터로 다운사이징 된 엔진, 게트락(GETRAG)사의 6단 듀얼 클러치 파워 시프트, 도심 정차구간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스타트/스톱 기술은 ‘S80 D2’로 하여금 복합연비 16.9km/l의 1등급 연비를 가능하게 했다. 고속도로에서는 19.7km/l가 공식 연비인데 기자가 경기도 일원과 서울을 오가며 사흘간 500여km를 시승하며 얻은 연비는 18.9km/l였다.
▲과잉 스펙 대신 각종 편의사양
S80 D2가 볼보자동차의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성을 높이는 기능들은 ‘볼보다운 것’들로 가득하다.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세계 최초로 개발 됐다는 저속 추돌 방지 시스템 ‘시티 세이프티 Ⅱ’(City Safety Ⅱ). 시속 50km 이하 주행 중, 앞 차의 급정거 등으로 전방 차량과의 간격이 좁혀져 추돌 위험이 있는데도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작동하지 않으면 시티 세이프티 기능이 스스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앞 차와의 속도차이가 15km/h이하일 경우 추돌 없이 차량을 정지시키며 그 이상의 속도 차이가 나면 추돌이 발생할 수 있으나 추돌 전 속도를 낮추므로 피해를 최소화한다.
고속 주행 시 차량 후미가 흔들리거나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방지하는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트랙션 컨트롤(DSTC)’ 기능도 있는데 미끄러짐이 예상되면 자이로스코프 센서가 엔진 출력을 감소시키거나 바퀴에 제동을 걸어 미끄러짐을 방지한다.
클린존 인테리어 패키지(CZIP: Clean Zone Interior Package)도 인상적이다. ‘클린존 인테리어 패키지(CZIP)’는 리모컨 키의 문 열림 버튼을 누르면 1분안에 내부의 공기를 외부로 자동 배출시키는 시스템으로, 불쾌한 냄새나 이물질들을 빠른 속도로 차량 외부로 내보낸다. 운전자는 문 열림 버튼을 켰다가 보닛 부위에서 나오는 공기 배출 소리에 잠시 당황하기도 하지만 덕분에 실내는 언제나 쾌적한 상태를 유지한다.  
운전자에 따라 스티어링 휠의 감도를 3단계로(Low-Medium-High) 조정할 수 있는 ‘파워 스티어링 감도 설정’ 시스템, 기어 시프트 패들(Gearshift Paddles), 사이드 미러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좌우 사각지대로 진입하는 차들을 감지해 경고등을 켜주는 ‘BLIS’, 핸들을 돌리는 방향으로 라이트가 양방향으로 최대 15˚까지 회전하는 ‘액티브 밴딩 라이트’ 등도 운전자의 수고를 더는 알짜 기능들이다.
다운사이징 효과는 가격인하에도 작용해 S80 2.0 디젤이 5400만 원인데 비해 S80 D2는 498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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