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구한 슈퍼캐치, 정수빈이라 놀랍지 않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4.09 05: 59

모두가 놀란 슈퍼캐치였다. 하지만 정수빈(24, 두산 베어스)이 했기에 그리 놀랍지만은 않았다.
정수빈은 8일 잠실구장에서 치른 SK와의 경기에서 8회초 박정권의 타구를 멋진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정수빈의 호수비 속에 두산은 2-1로 역전승을 거둔 두산은 시즌 첫 연승에 성공하며 4승 5패로 공동 5위가 됐다.
선발 크리스 볼스테드의 호투로 무너지지 않은 두산은 8회말 민병헌의 3루타에 이은 고영민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역전승했지만, 그 과정에서 나온 정수빈의 수비가 없었다면 이 시나리오는 불가능했다. 이날 민병헌이나 고영민보다 정수빈이 더 주목받은 것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양 팀이 1-1로 맞서고 있던 8회초 2사 1,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박정권이었다. 마운드에 있던 윤명준은 2S로 유리했던 상황에서 높은 코스로 공을 뺐는데, 박정권이 노릴 수 없을 정도로 충분히 높지 않아 방망이에 걸렸다. 박정권의 스윙에 실린 타구는 두산 입장에서 봤을 때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에 떨어질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해 보였다.
이때 정수빈의 능력이 발휘됐다. 정확한 타구 판단으로 낙구지점을 큰 오차 없이 파악한 정수빈은 전력질주하며 공과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마지막 타이밍에 몸을 날리며 공을 잡아냈다. 다이빙 캐치에 실패했다면 2점, 그리고 이후 추가 실점까지 하고 패할 수 있었던 모든 가능성들을 막아준 슈퍼캐치였다.
평소 다이빙 캐치로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정수빈은 외야 수비에 큰 재능을 보이는 선수다. 정수빈의 과감한 플레이는 언제나 주목을 받는다. 바뀐 잠실구장의 펜스가 과감한 플레이에도 도움이 주는지 민병헌에게 묻자 “과감한 플레이는 수빈이한테 물어보는 것이 낫다”고 했을 정도로 정수빈의 결단력과 수비 능력은 인정을 받고 있다.
8일 경기에서 나온 장면은 분명 놀라운 수비였지만, 다른 선수가 아닌 정수빈이었기에 그리 놀랍지만은 않았다. 정수빈은 지체 없이 스타트를 끊었고, 잡기 어려운 타구였지만 마지막에는 팔을 앞으로 100% 뻗지도 않은 상태로 잡았다. 조금만 더 빨랐다면 다이빙을 하지 않고 허리만 약간 숙여서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수빈은 공과 방망이가 만나는 시점부터 효과적으로 타구와의 거리를 좁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시즌 주전이 된 정수빈은 수비뿐만 아니라 타격에서도 좋은 출발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팀이 소화한 9경기에 모두 나선 정수빈은 타율 .318(22타수 7안타), 출루율 .464로 무서운 9번타자 역할을 하고 있다. 장기인 도루도 2번 시도해 모두 성공시켰다.
시즌 전 송일수 감독이 공언했던 초반 11경기 7승 이상이라는 목표는 이미 무산됐다. 하지만 두산은 어려움 속에서도 하위권으로 쉽게 처질 것 같지 않은 탄탄함을 과시하며 서서히 상위권을 위협하고 있다. 팀의 첫 연승을 만든 정수빈의 존재는 두산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며 치고 올라올 수 있는 원동력까지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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