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포수 윤요섭(32)이 올 시즌에도 포수진 붕괴를 막아냈다. 윤요섭은 8일 사직 롯데전에서 올 시즌 첫 선발출장, 연장 12이닝을 모두 소화하며 공수에서 팀에 힘을 불어넣었다.
이날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윤요섭은 현재 LG 포수진의 유일한 희망이다. 지난 1일 포수진 최고참 최경철이 경기 중 왼쪽 무릎 부상을 당했다. 3년차 포수 조윤준은 3일 잠실 SK전에서 실수를 반복하며 순식간에 무너졌다. LG 김기태 감독은 4일 최경철과 조윤준을 모두 엔트리서 제외, 어깨 부상에서 완쾌된 윤요섭의 복귀를 알렸다.
그리고 윤요섭은 왜 자신이 주전포수인지 실력으로 증명했다. 시범경기부터 기대 이하의 투구 내용을 보였던 선발투수 류제국과 절묘한 호흡을 과시했다. 류제국은 6이닝 9탈삼진 2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다. 복귀에 앞서 “내가 갖고 있는 것과 제국이가 갖고 있는 능력을 잘 조화시키려 한다. 제국이와 함께 힘을 합쳐서 잘 싸워보겠다”는 다짐을 그대로 실천했다.

일단 류제국의 장점인 다양한 구종을 절묘하게 섞었다. 포심, 투심 패스트볼과 커브,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주문해 롯데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았다. 윤요섭은 지난해 류제국이 2군에서 재활 등판에 임할 때부터 류제국의 공을 받았었다. 그래서 그런지 류제국 또한 윤요섭과 배터리를 이루는 걸 편하게 생각한다.
구심의 스트라이크존도 정확하게 파악했다. 윤요섭은 강광회의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에 맞춰 투수를 리드했다. 강광회 구심이 바깥쪽에 후하고, 낮은 쪽에도 스트라이크 콜을 하는 것을 미리 알았다. 결정구 로케이션을 구심에 맞췄고, 절묘한 미트질로 스트라이크 콜을 받아냈다. 류제국의 개인 통산 타이 9탈삼진에는 윤요섭이 헌신한 부분도 상당하다.
장기인 타격 능력도 유감없이 드러났다. 5회와 9회 좌전안타를 터뜨리며 멀티히트에 성공했다. 9번 타자로 출장, 2타수 1안타 3볼넷을 기록한 박용근과 함께 하위 타선을 이끌었다. 이 경기 전까지 LG의 하위타선 타율은 1할9푼7리에 불과했다. 포수진 타율도 1할2푼5리였다. 윤요섭의 가세가 팀 전체에 커다란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윤요섭은 현재윤과 최경철이 부상으로 동시에 이탈한 상황에서 홀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포수진 붕괴를 막아내,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또 한 명의 주역이었다. 그럼에도 윤요섭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자신을 채찍질한다.
윤요섭은 한 달 전 시범경기 기간 동안 주전포수로 2014시즌을 앞둔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나는 주전포수가 아니다. 주전포수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고 했다. 윤요섭의 강한 다짐이 그라운드 위에서 그대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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