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부터 좌익수로 자리를 옮긴 추신수(32,텍사스)가 외야수들의 골칫거리인 펜웨이 파크에 왔다.
보스턴 레드삭스 홈구장인 펜웨이 파크는 지어진지 올해로 102년이 되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오래된 구장이다. 이 구장은 도심에 위치해 부지를 마음껏 쓸 수 없었고,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 4번 째로 작은 규모로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펜웨이 파크 홈플레이트부터 좌측 폴대까지 거리는 약 90m에 불과한데, 홈런을 줄이기 위해 좌측 펜스 높이를 11.33m까지 높였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펜웨이 파크 좌측 펜스를 '그린 몬스터'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이유는 타자와 수비수 모두에게 괴물로 다가올 때가 많기 때문이다. 10m가 훌쩍 넘는 펜스 높이에도 불구하고 펜웨이 파크는 우타자가 홈런을 치기 어려운 구장은 아니다. 워낙에 홈플레이트에서 거리가 짧기 때문에 공을 높이 띄우면 넘어갈 공은 넘어간다. 그렇지만 라인드라이브로 맞은 타구는 좀처럼 홈런이 되기 힘들다. 마치 한국의 사직구장(4.8m)이 많은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잡아먹은 것과 비슷하다. 타자들은 모처럼 잘 맞은 타구가 그린 몬스터 상단에 맞고 떨어지면 허무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수비수, 특히 좌익수도 그린 몬스터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구장에서는 접하기 힘든 높이라서 펜스 플레이를 하는 데 애를 먹는다. 다른 구장과 비교했을 때 책임져야 하는 구역은 좁은 편이지만, 그린 몬스터를 등진 좌익수들은 펜스 플레이가 뛰어나야 하고 타구판단도 우수해야 한다. 때문에 보스턴 역대 좌익수들 가운데는 훌륭한 수비수가 많았다.
추신수에게 좌익수는 그다지 낯선 곳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통산 812경기 가운데 좌익수로 68경기에 출전했던 경험이 있다. 작년에도 신시내티에서 좌익수로 3경기에 출장했고 2008년 클리블랜드에서는 좌익수로만 26경기에 출전했었다.
그린 몬스터를 경험한 추신수의 반응은 어땠을까. 8일(이하 한국시간) 경기를 앞두고 추신수는 경기 전 외야 펑고훈련을 계속해서 받았다. 코치가 그린 몬스터를 맞히는 타구를 날리면, 추신수가 이를 잡아 처리하는 훈련이다. 추신수는 무리없이 이 훈련을 소화하며 그린 몬스터에 대한 감각을 몸에 익혔다.
실제 경기에서는 그린 몬스터에 맞고 나오는 타구를 처리할 기회가 없었다. 양 팀을 통틀어 그린몬스터를 직격하는 타구는 9회초 텍사스 도니 머피의 2루타가 유일했다. 그렇지만 추신수는 "오히려 수비하는 데 더 쉬웠다고 생각한다"면서 "여기서는 그냥 머리위로 넘어가는 타구만 신경쓰면 된다"고 말했다. 홈플레이트부터 펜스까지 거리가 짧기 때문에 추신수가 책임져야 할 공간은 오히려 다른 구장에 비해서 좁다.
9일 경기도 추신수는 좌익수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다. 타구 처리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밝힌 추신수지만, 팀 승리를 위해 가장 좋은 건 자기 머리위로 넘어가는 타구가 안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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