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1차 지명 선수들이 아니었다. 기다린 보람을 이제야 느낀다. 마침내 그들의 잠재력이 터지기 시작했다.
한화는 지난 8일 마산 NC전에서 6-2로 승리하며 3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그 중심에 바로 2경기 연속 호투한 선발 유창식(22), 결승 홈런 포함 3안타를 터뜨린 김회성(29), 위기의 순간 실점없이 막고 홀드를 따낸 윤근영(28)이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바로 한화의 1차 지명을 받은 유망주 출신이라는 점이다.
유창식은 전면 드래프트 시행 첫 해였던 2011년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을 받은 고교 최대어 유망주였다. 메이저리그의 러브콜을 받은 유망주에게 한화는 계약금 7억원을 선사하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제2의 류현진으로 각광받았지만 입단 후 3년간 자리를 잡지 못했다. 잦은 부상과 자신감 저하로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개막 후 2경기에서 아직 승리는 없지만 평균자책점 3.09로 안정감을 자랑하고 있다. 피안타율은 2할1푼4리밖에 되지 않으며 11⅔이닝 동안 탈삼진 10개로 구위를 자랑하고 있다. 구속이 140km대 후반으로 고교 시절 한창 좋았을 때를 회복했고, 제3의 구종으로 커브를 장착하며 잠재력이 터졌다.
김회성도 세광고-경성대 출신으로 지난 2009년 한화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유망주였다. 그러나 입단 첫 해 연습경기에서 손가락을 다치며 수술을 받았고, 2년차 시즌에도 어깨 통증으로 수술을 하는 등 유독 운이 없었다. 결국 2011년 시즌을 끝으로 군입대했다. 1차 지명자로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잊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경찰청에서 눈에 띄게 성장하며 기량 향상과 자신감을 더해왔고, 김응룡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주전 3루수로 고정됐다. 7경기 20타수 5안타 타율 2할5푼 2홈런 5타점. 특히 홈런 2개가 모두 승부를 가른 결승 홈런이라는 점에서 영양가 만점이다. 하위타선의 핵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윤근영도 빼놓을 수 없다. 윤근영도 한화 연고 대전고 출신으로 지난 2005년 1차 지명을 받은 유망주였다. 데뷔 첫 해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로 51경기에 나와 1세이브4홀드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부상과 부진으로 1군에서 점차 자취를 감췄다. 군제대 이후 꾸준히 1군에 나왔으나 인상적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올해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부터 시범경기까지 안정감을 자랑하며 5선발로 낙점된 그는 불펜이 약한 팀 사정상 구원으로 돌아섰다. 3경기에서 홀드 2개를 올리며 평균자책점 4.15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 2경기에서 2⅓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필승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8일 NC전에서도 3-2로 살얼음 리드를 지킨 7회 무사 1루 위기에 나와 실점없이 막고 '터프홀드'를 따냈다.
한화에는 대표적인 늦깎이 스타로 박정진이 있다. 30대 중반 이후에야 전성기를 보냈는데 그 역시도 1999년 1차지명 출신이다. 유창식·김회성·윤근영은 그에 비하면 크게 늦은 것도 아니다. 오랜 시간 기다려온 유망주들의 잠재력 폭발에 한화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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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식-김회성-윤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