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공' 장착, 완급 조절에 눈뜬 파워피처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4.09 06: 11

파워피처들이 느린 공을 장착했다. 완급조절에 눈을 뜨며 더욱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한화 좌완 유망주 유창식이다. 유창식은 올해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09로 순조로운 시즌 스타트를 끊었다. 구속이 140km대 중후반에 형성될 정도로 구위가 좋아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더불어 각도 큰 커브를 효과적으로 구사하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유창식은 전형적인 직구-슬라이더 '투피치' 투수였다. 직구-슬라이더 모두 빠른 공이기 때문에 완급조절이 되지 않았다. 프로 입단 후 체인지업과 포크볼을 연마하려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올 시즌을 준비하며 감춰둔 커브를 꺼냈고, 이제는 슬라이더보다 더 편하게 던질 정도로 손에 익었다.

유창식은 "2년 전 캠프에서 송신영(넥센) 선배님과 한 방을 쓰며 커브를 배운 적이 있다. 그때 감을 떠올리며 캠프 동안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올해 유창식은 볼 스피드가 향상된 만큼 상대로 하여금 눈 속임하며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는 공이 필요했다. 커브는 가장 적합한 공이었다. 구속도 느리고, 각도 또한 크기 때문이다. 종전 유창식이 '강강'으로만 승부하는 투수였다면, 이제는 '강약'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KIA 에이스 양현종도 커브를 장착함으로써 더욱 무서운 투수가 됐다. 양현종도 직구와 고속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는 투수였다. 우타자 상대로는 체인지업도 섞어 던졌지만 상대에게는 노출돼 있는 구종이었다. 이에 맞춰 양현종은 지난해 가을 마무리훈련 때부터 김정수 투수코치로부터 커브를 지도받았다.
커브의 비율이 아주 높지 않지만 중요할 때 요긴하게 구사하고 있다. 특히 좌타자들에게 큰 각을 그리며 떨어지는 커브는 결정구로 쓰일 정도. 150km 강속구를 뿌리는 좌완 파이어볼러가 120km안팎의 느린 커브까지 던지자 타자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 모른다. 완급조절이 가능한 투수로 진화한 양현종은 시즌 첫 2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0.69로 순항하고 있다.
SK 외국인 투수 조조 레이예스도 마찬가지 케이스다. 레이예스는 지난해 150km 안팎의 강력한 직구와 140km까지 나오는 고속 슬라이더를 던졌다. 그러나 투구 패턴이 읽히고 구위가 떨어진 시즌 중반부터 집중 공략을 당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캠프에서 가이 콘티 투수 인스트럭터로부터 체인지업을 배우며 완급조절에 신경 썼다.
빠른 공 일변도의 승부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그는 체인지업과 커브 등 느린 공을 연습했다. 이제는 강속구에서 벗어나 상황에 따라 구속 가감을 주는 완급조절도 한다. 지난 6일 문학 한화전에서 8이닝 3피안타 3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첫 승을 거둔 날에도 완급조절 피칭이 빛을 발했다. 굳이 삼진을 잡지 않아도 구속 변화로 타이밍을 빼앗아 맞혀잡는 피칭을 했다.
SK 이만수 감독은 "우리나라 타자들이 많이 발전했다. 더 이상 빠른 공만으로는 통하지 않는 시대"라고 말했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도 "선발투수에게 커브처럼 느린 공은 유용하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완급조절과 함께 체력안배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느린 공을 장착한 파워피처들의 진화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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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식-양현종-레이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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