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턴에서 비교적 부진했던 SK의 선발진이 제 궤도를 찾아가는 것일까. 4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팀 마운드 운영의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리그 최고의 선발진 중 하나로 치고 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는 시즌 초반 널뛰기를 거듭했다. 마운드 때문이었다. 타선은 비교적 활발하게 터지는 양상을 꾸준히 이어갔지만 그에 못지않게 점수를 내주는 마운드가 문제였다. 불펜 문제가 불거진 경향은 있었으나 사실 선발 투수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경기를 길게 끌어주지 못해 본의 아니게 불펜의 어깨를 무겁게 했기 때문이다.
실제 SK 선발 투수들은 자신들의 시즌 첫 경기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29일 넥센과의 개막전에서 김광현이 5이닝 소화에 그친 것을 비롯, 조조 레이예스(5이닝), 윤희상(5⅓이닝), 채병룡(5이닝)이 모두 선발투수의 몫이라고 볼 수 있는 6이닝 돌파에 실패했다. 로스 울프가 간신히 6이닝을 채웠을 뿐이다. 이런 양상이 이어지면서 불펜 소모도 극심했다. 불펜 투수들의 체력이 떨어지자 구위 역시 덩달아 감소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두 번째 등판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4일 문학 한화전에서 김광현이 7이닝을 든든하게 막은 것을 시작으로 5일 문학 한화전에서 울프가 6이닝, 6일 문학 한화전에서는 레이예스가 8이닝 1실점 승리투수가 됐다. 8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윤희상이 7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오랜 기간 마운드를 지켰다. 덕분에 마운드 운영도 쉬워졌다. 적절한 타이밍에 필승조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면서 승률도 좋아졌다.
그 와중에 SK의 올 시즌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3.64까지 내려왔다. NC(3.02)에 이어 리그 2위다. 9경기를 치른 팀들과 비교하면 이닝소화(54⅓이닝)도 가장 많다. 시즌 전 선발 로테이션 구축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던 SK의 구상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선발 야구에 방점을 찍는 이만수 SK 감독의 성향에도 부합하고 있다.
SK 선발진은 지난해 14승을 거두며 에이스 몫을 했던 크리스 세든이 팀을 떠나며 비상이 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안정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던 세든의 공백이 적잖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한 김광현, 그리고 지난해 후반기 눈부신 활약을 보여준 윤희상의 성적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실제 두 선수는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더 좋은 투구 내용으로 코칭스태프를 안심케 하고 있다.
2년차를 맞이하는 레이예스 또한 더 나빠질 것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울프와 채병룡이 어느 정도의 활약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울프는 두 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연착륙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불펜 전력에 변수가 있는 SK로서는 선발 투수들의 몫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즌이라고 볼 수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아 보인다. SK는 9일 잠실 두산전에 채병룡을 내 상승세 연장에 도전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