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투구다. 위기 상황에서, 혹은 팀의 승리를 지켜야 할 상황에서 등판하는 마무리투수가 가질 법한 긴장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시즌 초반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는 박희수(31, SK)가 올 시즌 구원왕 예상 판도마저 흔들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박희수는 8일 현재 세 차례의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해 모두 세이브를 챙겼다. 더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성적을 살펴보면 말 그대로 ‘철벽’에 가깝다. 2⅔이닝을 던지면서 피안타는 단 1개 뿐이었다. 피안타율이 1할1푼1리다. 볼넷은 하나도 없다. 이에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0.38에 불과하다. 각 팀들의 마무리가 대체적으로 썩 좋은 출발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박희수의 이런 활약은 단연 돋보이는 측면이 있다.
성적을 더 뜯어 들어가면 놀라운 점이 발견된다. 바로 스트라이크 비율이다. 박희수는 3경기를 치른 현재 스트라이크 비율이 89.7%에 이른다. 이는 리그 전체 평균(60.5%)를 크게 상회하는 압도적 수치다. 전략적으로 빼는 공을 생각하면 사실상 볼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박희수의 공격적인 승부, 그리고 빠른 승부에 상대 타자들은 제대로 힘을 써보지 못하고 물러나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몸 상태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증명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배짱과 구위는 원래부터 정평이 나 있는 선수다. 숱한 위기 상황에서 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곤 했다. 2012년에는 중간으로 뛰며 34개의 홀드를 수확했고 마무리 전업 첫 해였던 지난해에는 24세이브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투구 내용 기록만 놓고 보면 오승환(당시 삼성)에 이어 가장 뛰어난 성적을 냈다. 경험까지 쌓인 올해는 더 나은 결과가 예상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실제 그런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박희수는 스트라이크 비율에 묻자 복합적인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겨우 내내 하체 운동을 충실히 한 박희수다. 이에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아졌고 원하는 곳에 공이 잘 들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희수는 이에 대해 “포인트가 맞는다”라는 말을 쓰면서 “제구가 되다보니 공격적으로 던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에는 선두타자와의 승부에서 제구가 다소 흔들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올해는 그런 문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박희수의 모습은 SK 불펜에 큰 의미를 던진다. SK는 아무래도 불펜이 다소 불안하다. 능히 1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박희수의 조기 투입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다. 이만수 감독도 “상황에 따라 아웃카운트 다섯 개까지는 맡길 수 있다”라는 시나리오를 세워두고 있다. 공격적인 승부를 통해 투구수를 줄이고 있는 박희수이기에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볼 수 있다. 실제 박희수의 올해 이닝당 투구수는 10.9개에 불과하다.
구원왕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당초 전문가들은 지난해 구원왕인 손승락(넥센)이나 봉중근(LG) 등을 구원왕 레이스의 선두주자로 봤다. 그러나 박희수는 시즌 초반 이들에 비해 밀릴 것이 없다는 것을 그라운드에서 증명하고 있다. 박희수의 올해 목표는 일단 팀 역대 한 시즌 최다 세이브(30세이브) 기록을 넘어서는 31세이브다. 하지만 현재 컨디션이나 올 시즌 향상된 팀 성적을 감안하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 리그 중간 계투진을 평정했던 박희수가 마무리 보직에서도 최고로 우뚝 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출발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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