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가 허를 찌르는 신개념 베드신으로 놀라움을 자아냈다. 베드신에 김희애와 유아인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두 사람의 은밀한 대화만이 있었다.
그간 시청자들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베드신과는 전혀 달라 당황스럽기도 했고 그래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오로지 대사와 음악으로 베드신 분위기를 연출했다. 60~70년대 남녀 간의 정사장면을 적나라하게 그릴 수 없었던 당시 남녀 주인공이 침대에 눕는 것으로 끝나거나 카메라 앵글 방향을 서서히 다른 곳으로 비추는 베드신 같았다.
때문에 자칫 어색하고 촌스러울 수 있었던 베드신이었지만 이토록 세련되고 경건하게 표현될 수가 없었다. 요즘 어떻게 해서든 자극적으로 표현하는 베드신과도 전혀 달랐다.

지난 8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밀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 8회분에서는 혜원(김희애 분)과 선재(유아인 분)가 서로의 마음을 확실하게 확인하고 하룻밤을 보내는 내용이 그려졌다.
혜원은 선재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평소 우아하고 냉정한 모습마저 잃었다. 선재와 다미(경수진 분)가 다정하게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격하게 질투심을 드러내며 막무가내로 선재를 다그쳤다.
선재에게 빠져들고 선재에게 소유욕이 생기기 시작한 혜원은 선재가 연습실에 두고 간 재킷을 들고 선재의 집에서 기다렸다. 그것도 선재의 옷을 입고 침대에 앉아 선재를 맞았다. 20살 선재에게 혜원의 모습은 엄청난 유혹이었다. 선재는 혜원을 보고 “섹시하다”며 감탄했고 혜원은 “근데 그러고 있어?”라고 선재를 도발했다.
두 사람의 베드신이 이어졌다. 그러나 혜원과 선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두 사람의 대화, 음악, 선재 집안 곳곳의 모습이 비쳐졌다. 방바닥, 양념통, 피아노, 부엌, 가스레인지, 책장 등을 보여주면서 “저 잘 못할 수도 있어요”, “너 진짜 처음이야?”, “내가 너보다 못할지도 몰라”, “그건 내가 판단해요” 등 두 사람의 은밀한 대화를 들려줬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베드신이었다. 두 사람이 침대에서 서로 장난치는 모습은 그려졌지만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베드신을 이어가지 않았다. 하물며 키스도 없었다. 노출이나 진한 스킨십도 없었던 베드신이었지만 그래서 혜원과 선재의 사랑이 더욱 애틋하게 다가왔다.
이 같은 베드신을 그린 안판석 PD의 판단은 탁월했다. 청각과 상상력을 무한 자극하는 것과 동시에 서로에게 소울메이트 같은 존재지만 금기된 혜원과 선재의 사랑을 안타깝게 표현,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반전급 베드신을 보여준 ‘밀회’. 앞으로 두 사람의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사랑이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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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밀회’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