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윤승아, 왜 독립영화로 발길 돌렸을까[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4.04.09 15: 30

배우 윤승아가 저예산 독립 영화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간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대중을 만나며 소위 '잘 나가는' 배우 반열에 이름을 올린 윤승아의 독립 영화 행보는 궁금증을 자아낼만하다.
그래서 물어봤다. 좀 더 많은 대중을 만날 수 있는 상업영화, 드라마가 아닌 왜 독립 영화, '이쁜 것들이 되어라'를 선택했냐고. 귀엽고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만 줄곧 맡아 왔던 그가 배우로서의 한계를 느끼고 있을 때 즈음 찾아온 작품이 이 작품이었단다. 말을 툭툭 내뱉고 남자한테 대롱대롱 매달려 괴롭힐 만큼 장난기도 많은 극 중 채경희 캐릭터가 자신의 모습과 닮아있었다고 했다.
"가장 다작을 했던 해, 지쳐있던 상황에서 이 시나리오를 읽었어요. 소소한 재미와 웃음 코드가 정말 재밌더라고요. 사실 그간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을 주로 맡다 보니 그런 이미지가 강했었잖아요. 그래서 극 중 경희를 만나면서 끌렸던 건 나와 닮아있었다는 것이었어요. 보통 다른 분들이 저를 볼 때 애교 많은 성격일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저는 상냥하게 말할 줄도 모르고 애교도 없고 표현을 잘 못해요, 그런 점이 닮았더라고요. 그간 출연했던 작품들이 저한텐 다 소중한 작품이지만 배우로서의 한계에 대해서 생각할 때 다양한 걸 하고 싶었는데 마침 이 작품을 만나 별 고민 없이 선택했어요."

얻은 것도 많았다. 무엇보다 막연하기만 했던 배우라는 길이 좀 더 명확해지는, 가장 큰 수확을 거뒀다. 그리고 힘든 환경 속에서 오직 열정 하나로 영화를 만드는 스태프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배우로서의 열정도 다시금 느끼는 계기가 됐다. 많은 이들이 만나기 힘든 독립 영화지만, 윤승아는 이 작품을 만나게 돼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데뷔해서 모델 일을 하다가 연기를 시작하게 됐는데 다른 전공을 하다가 배우를 선택했기 때문에 연기에 대해 모르고 했던 부분도 있고 배우라는 길이 명확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이런 배우가 되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부족하니까 이런 걸 해야겠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지내왔던 환경들이 감사하다는 걸 느꼈어요. 힘들게 영화가 만들어지는 지도 몰랐거든요. 생각보다 환경이 좋지 않더라고요. 스태프분들은 열정 하나로 힘든 걸 버티세요. 덕분에 많은 걸 느꼈어요. 나한테도 이런 열정이 있었나 제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요. 이 작품을 하게 돼서 정말 감사해요."
배우로서 많은 걸 얻은 그에게 '이쁜 것들이 되어라' 이후의 행보 역시 중요할 터. 배우라는 길이 막연하기만 했던 20대와는 달리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그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새롭게 들어가는 영화도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다를 것이라는 게 그의 전언.
"곧 들어가게 되는 영화도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과는 다른 장르에요. 앞으로 지금까지 했던 거랑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다양하지 못하고 하나에 머물러 있으면 저 자신에게도 정체기가 오는 것 같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쁜 것들이 되어라'가 저에겐 다른 시도였죠. 음. 점차 작품들을 해나가면서 조금씩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물론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하지 말아야지'라는 선을 그은 건 아닌데 다양하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는 사뭇 진지해졌다. 한 단어 한 단어 신중하게 내뱉는 그의 모습에서 '이 사람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구나' 느껴질 정도. 그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래야 대중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영화 제목처럼 '이쁜 것들'이 될 윤승아가 기대된다 말하니 환하게 웃어 보인 그였다.
"극 중 캐릭터의 이름으로 불릴 때가 가장 좋아요. '로맨스가 필요해' 했을 때도 극 중 이름으로 불리니 행복하더라고요. 그리고 모든 일이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래야 기억이 많이 될 것 같고 마음이 전달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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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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