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니퍼트(33, 두산)는 시범경기 당시 루크 스캇(36, SK)이 자신에게 강하다는 말에 “과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이 중요하다”라고 받아 넘겼다. 그러나 이런 과거는 '아직' 현재진행형임이 드러낸 한 판이었다. 스캇이 니퍼트에게 시즌 첫 멀티홈런을 뽑아내며 천적의 면모를 재과시했다.
스캇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 선발 지명타자 및 4번 타자로 출전, 4타수 2안타 3타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2개의 안타가 모두 상대 선발 니퍼트를 상대로 뽑아낸 홈런이었다. 시즌 3·4호 홈런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괴력을 과시하며 메이저리그(MLB) 통산 135홈런에 빛나는 자신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8일까지 비교적 높은 출루율(.421)에 비해 타율(.241)이 다소 낮아 고민이 있었던 스캇은 니퍼트를 상대로 펄펄 날았다. 첫 타석부터 방망이에 불이 붙었다. 볼카운트 1B 상황에서 니퍼트의 2구째 투심패스트볼(142km)이 약간 높게 형성됐는데 이를 가볍게 밀어 비거리 120m짜리 홈런을 만드는 괴력을 과시했다. 힘이 실려 있는 타구였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큼지막한 우익수 뜬공을 치며 2루 주자 조동화의 3루 진루를 도왔던 스캇은 4-2로 쫓기고 있었던 6회 선두타자로 등장해 다시 니퍼트를 상대로 홈런을 쳐냈다. 2B-2S 상황에서 니퍼트의 130㎞ 체인지업을 역시 밀어 좌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홈런을 기록했다. 스캇을 잡아보고자 했던 니퍼트를 허탈하게 만드는 결정적 홈런이었다. 두 타구 모두 밀어서 가장 넓은 잠실 구장의 담장을 넘겼다는 점도 의미가 있었다.
스캇은 니퍼트에 유독 강했다. 미국에서부터 그랬다. 메이저리그 시절 니퍼트를 상대로 6타석에 들어선 스캇은 5타수 5안타 1홈런 2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전 타석 출루였다. 안타도 3개가 장타(2루타 1개, 3루타 1개, 홈런 1개)였다. 천적이라고 할 만했다. 한국에서도 이런 강점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23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시범경기 당시에도 니퍼트를 상대로 2회 첫 타석에서 문학구장 우측 관중석 상단에 떨어지는 대형 홈런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날에는 멀티홈런으로 니퍼트의 기를 죽였다.
스캇은 올 시즌 외국인 투수들에게 오히려 더 강한 면모도 드러내고 있다. 시즌 첫 홈런이 앤디 밴헤켄(넥센)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케일럽 클레이(한화)도 스캇을 상대로 정면승부를 하지 못한 끝에 볼넷 2개를 내준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날 니퍼트도 홈런 2개를 맞으며 희생양이 됐다. 어쨌든 4월 3일 이후 1주일 가까이 홈런이 없었던 스캇이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낸 경기였다. 팀도 스캇의 활약에 힘입어 5-4로 이기고 전날 1점차 패배(1-2)를 설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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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