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로 졌던 SK, 수비로 되갚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09 22: 12

두산의 짜임새 있는 수비력에 막혀 분루를 삼켰던 SK가 그 빚을 수비로 고스란히 되갚았다. 경기 내내 거의 완벽한 수비력으로 두산의 시즌 첫 3연승 도전을 저지했다.
SK는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3타점을 올린 외국인 선수 루크 스캇, 5⅔이닝 3실점으로 잘 버티며 선발승을 따낸 채병룡의 활약, 그리고 박희수의 철벽 마무리를 앞세워 5-4 승리를 거뒀다. 전날(8일) 팽팽한 승부 끝에 1-2로 아쉽게 패배, 5연승 도전이 좌절됐던 SK는 다음날 바로 패배를 되갚으며 후유증을 최소화했다.
사실 SK의 8일 경기 내용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타선이 다소 어려움을 겪었을 뿐 마운드와 수비는 깔끔했다. 마지막까지 두산 마무리 이용찬을 물고 늘어지기도 했다. 이만수 SK 감독도 9일 경기에 앞서 “경기를 잘했다. (선발) 윤희상도 잘 던졌고 쉽게 물러나지 않는 모습을 칭찬해줄 만했다”고 했다. 결국 SK보다는 두산이 좀 더 잘한 경기였다는 것인데 역시 8회 정수빈의 다이빙캐치가 결정적이었다.

1-1로 맞선 8회 2사 1,3루 상황이었다. 박정권이 윤명준의 공을 받아쳐 우중간으로 날아가는 안타성 타구를 만들었다. 공을 잡지 못한다면 2사 상황이라 1루 주자 스캇도 여유있게 홈을 밟을 수 있었다. 상대에 결정타를 날릴 수 있는 타구였다. 그러나 전력질주한 정수빈이 환상적인 다이빙캐치로 이를 잡아내며 SK의 득점 기회를 날려버렸다. 결국 두산은 8회 고영민의 희생플라이로 역전에 성공하며 SK의 연승을 끝냈다.
그런 기억이 남아 있어서일까. SK의 수비수들의 움직임은 9일 집중력이 좋아 보였다. 내야수들의 기민한 판단은 물론 외야수들도 완벽한 타구 판단을 선보이며 선발 채병룡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특히 내야의 수비는 물샐 틈이 없었다. 1·2회 자신들에게 온 타구를 잘 잡으며 몸을 푼 SK 내야수들은 3회와 4회 연속 병살타를 잡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2루수 나주환의 훌륭한 포구에 이은 송구, 그리고 이를 잡은 김성현의 재빠른 베이스 터치와 1루 송구는 거의 완벽했다.
4-2로 쫓긴 6회에도 김성현의 호수비가 빛났다. 두산이 김현수의 적시타로 1점을 쫓아왔고 2사 2루 상황에서 타석에는 이날 홈런포가 있었던 칸투였다. 칸투의 타구는 3·유간을 파고 들었다. 그러나 김성현이 이를 잘 잡아 역동작으로 1루에 뿌렸고 마지막 바운드마저 박정권의 침착한 글러브질에 쏙 들어가며 두산도 득점 기회를 놓쳤다. SK로서는 전날 정수빈의 수비에 버금가는 중요성을 가진 호수비였다. 8일 두산이 화려한 수비력을 과시했다면 9일은 SK가 자신들의 건재를 과시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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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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