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⅔이닝 마무리’ 박희수, 철벽 면모 과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09 22: 12

올 시즌 구원왕의 유력한 후보로 치고 나가고 있는 박희수(31, SK)가 철벽 마무리의 면모를 재과시했다. 급박한 상황, 그리고 아웃카운트가 많이 남은 어려운 상황에서 불을 끄며 SK 불펜의 수호신 몫을 톡톡히 했다.
SK는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5-4로 이겼다. 전날(8일) 1-2의 아쉬운 패배를 그대로 갚아주는 경기였다. 홈런 두 개를 때리며 리드의 결정적인 몫을 한 루크 스캇, 5⅔이닝 3실점으로 비교적 좋은 모습을 보인 선발 채병룡도 수훈 선수였지만 역시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팀의 승리를 지킨 박희수를 빼놓을 수 없는 경기였다.
상황은 5-4로 앞선 8회 1사 1,2루였다. 8회 마운드에 오른 박정배가 민병헌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했고 고영민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다. SK는 전 타석에서 적시 2루타를 쳤던 김현수와 적극적으로 승부를 벌이지 않고 결국 1루를 채우고 가는 선택을 했다. 물론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박희수가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이만수 SK 감독은 이미 상황에 따라 박희수가 아웃카운트 5개를 책임질 수도 있다는 구상을 밝혔다. 등판일에 여유가 있을 때, 그리고 급박한 상황이 맞물렸을 때를 가정했을 때의 시나리오였다. 이 감독도 이런 시나리오를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이날 그런 상황이 만들어졌다. 박희수는 지난 3일 잠실 LG전 이후 등판이 없어 충분한 휴식을 취한 상태였고 SK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 있었다.
아웃카운트 다섯 개는 1이닝 남짓을 소화하는 마무리투수로서는 굉장히 멀어보이는 목표일 수도 있다. 그러나 1이닝 이상을 밥 먹듯 던졌던 박희수이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주저하지 않고 마운드에 오른 박희수는 첫 타자이자 이날 홈런을 때렸던 칸투를 상대로 3구 삼진을 잡으며 깔끔하게 출발했다. 체인지업 2개를 던져 칸투의 방망이를 피해간 뒤 3구째 몸쪽을 찌르는 완벽한 직구로 루킹 삼진 처리했다.
두 번째 타자 홍성흔과는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으나 막판 바깥쪽으로 빠지는 141㎞ 빠른 공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누가 더 급하느냐의 싸움이었는데 박희수의 두둑한 배짱이 산전수전을 다 겪은 홍성흔의 경험을 이겨냈다. 결국 박희수는 9회 무사 1루에서도 두산 타선을 잘 막아내며 최후의 승리자가 됐다. 올해 최고 마무리로 치고 나가고 있는 박희수의 진가를 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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