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오리올스 윤석민(28)이 힘겨운 시즌 출발을 알렸다.
윤석민은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 하버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산하 트리플A 그윈넷전에 선발로 나서 2⅓이닝 11피안타(1피홈런) 1볼넷 9실점을 기록했다. 삼진은 하나도 잡지 못했고, 팀이 5-10으로 패하면서 패전투수 멍에까지 함께 썼다.
류현진에 이어 한국프로야구 출신으로는 두 번째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윤석민. 그렇지만 첫 해 출발부터 순탄치만은 않다. 볼티모어와 계약 자체가 늦었을 뿐만 아니라 비자 발급까지 늦어져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결국 윤석민은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 팀인 노퍽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윤석민은 원래 예정됐던 등판일보다 이틀 늦게 마운드에 올랐다. 팀 선발 로테이션 사정 때문에 하루가 밀렸고, 비 때문에 또 하루가 밀렸다. 컨디션에 영향을 줬을 수 있지만, 윤석민을 지켜보는 팀 코칭스태프가 이를 감안하고 첫 등판을 지켜봤을지는 미지수다. 아직 구위나 제구가 완전치 않다는 것을 보여줬는데, 혹독한 데뷔전을 치른 윤석민은 당분간 트리플A에 더 머물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지상과제는 바로 메이저리그 승격이다. 선수대우도 천지차이인데, 마이너리그에서는 빨리 기량을 쌓아서 메이저리그에서 대접을 받으라는 식으로 대한다. 윤석민 역시 조기승격을 바랐겠지만, 당분간은 마이너리그에서 더 뛰어야 한다.
메이저리그 성공을 꿈꾸며 태평양을 건넌 한국 야구선수들은 적지 않다. 그들 가운데 추신수는 가장 큰 성공신화를 썼다. 2001년부터 마이너리그 생활만 수 년, 그 사이 팔꿈치 수술을 해서 혹독한 재활도 거쳤다. 지금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손꼽히는 외야수가 됐지만 추신수는 과거 힘들었던 시절을 잊지 않고 있다.
10일 보스턴 전을 앞두고 만난 추신수는 윤석민 경기소식을 전해듣더니 "첫 등판부터 정말 많이 맞았다"며 "마이너리그의 힘든 생활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겠다"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윤석민이 지금 걷고 있는 길은 추신수가 다 거쳐간 길이다. 그는 과거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시절을 회상하며 "그 시절이 후회되거나 그렇지는 않는다. 힘들기는 했지만 내가 선택했던 길이고 꿈이 있었다"고 말했다.
윤석민에게 힘이 될 한 마디도 잊지 않았다. 추신수는 "마이너리그에서 고생을 하고 (메이저리그에) 올라 온다면 분명 장점도 있다. 힘든 경험을 했기 때문에 더 강해질 것이고 어려운 시기가 온다 하더라도 이겨낼 힘이 생긴다"고 했다.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선수는 윤석민 말고도 여러 명이 있다. 이들 모두 메이저리그 승격 하나만 바라보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힘든 경험이 나중에는 자산이 된다'는 추신수의 말 한 마디는 이 모든 선수들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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