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야구’ SK-두산의 명품 라이벌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10 07: 15

활발한 타격전이든, 꽉 짜인 투수전이든 쉽게 끝나는 법이 없다. SK와 두산의 치열한 승부를 두고 하는 말이다. 프로야구의 질적 저하 우려가 불거지고 있지만 두 팀의 대결은 여전히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있다. 올 시즌 첫 대결부터 ‘명품 라이벌전’이다.
SK와 두산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가을야구에서 격돌했다. 2007년과 2008년은 한국시리즈에서 만났고 2009년은 플레이오프 길목에서 충돌했다. 세 번 모두 SK가 이기기는 했지만 두산도 당대 최고의 팀이라는 SK의 맞상대가 될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다. 공·수·주 모두에서 치열한 기 싸움이 펼쳐지곤 했다. 두 팀 선수들 사이의 신경전도 백미였다. SK는 우위를 지켜야 할 위치였고 두산은 그 위치를 빼앗기 위한 치열한 고지전이 그라운드에서 벌어지곤 했다.
물론 당시의 첨예했던 라이벌 의식은 다소 희석된 부분이 있다. 당시 백병전을 펼쳤던 몇몇 선수들은 이제 팀을 떠났기도 하다. 사령탑이 바뀌었고 당시 라이벌 의식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선수들도 적잖다. 하지만 여전히 두 팀 사이에는 ‘질 수 없다’라는 분위기가 암묵적으로 형성되어 있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자연스레 쌓인 무형의 공기다. 이는 그라운드에서의 집중력으로 이어진다는 게 양 팀 선수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올 시즌에도 그런 기미가 보이고 있다. 시범경기부터 난타전을 벌이며 팬들을 즐겁게 한 두 팀은 지난 8일과 9일 잠실에서 올 시즌 첫 맞대결을 벌였다. 경기 결과는 1승1패. 그것도 모두 빡빡한 경기였다. 어느 한 쪽도 쉽게 승리를 가져가지 못했다. 집중력도 예민했다. 호수비가 연거푸 터져 나왔고 뒤지고 있는 쪽에서 맹렬하게 추격하는 양상도 똑같았다.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갈 때까지 팬들이 가슴을 졸이는 경기가 이어졌다.
8일 경기에서는 두산이 먼저 웃었다. 0-1로 뒤지고 있었지만 경기 중·후반 2점을 뽑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8회 SK의 득점을 막아낸 정수빈의 다이빙캐치로 대변되는 두산의 강인함은 인상적이었다. 다만 SK도 9회 2사 만루 기회를 만들며 두산을 끝까지 추격했다. 이날 경기에서 패한 이만수 SK 감독이 9일 경기를 앞두고 “우리 선수들도 경기를 잘했다”라고 칭찬할 정도였다.
9일 경기에서는 SK가 반격했다. 루크 스캇의 홈런포 두 방, 그리고 내야수들의 호수비가 이어지며 두산의 추격을 틀어막았다. 8회 1사 1,2루 상황에서 등판한 마무리 박희수의 눈빛에는 ‘질 수 없다’라는 독기가 가득했다. 그러나 두산도 끝까지 추격하며 1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번엔 반대로 송일수 두산 감독이 “경기 막판까지 끈질기게 따라 잡는 경기를 펼쳤다”라며 선수단을 격려했다. 양팀 사령탑 모두 지고도 아쉬운 내색이 없었다.
점수가 나기 어려운 경기였다. 마운드의 집중력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호수비가 연달아 나왔기 때문이다. 두 팀이 2경기에서 범한 실책은 단 두 개였다. 그것도 득점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서로에게 빈틈을 잘 보이지 않았던 셈이다.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두 팀의 상대전적은 64승62패2무로 SK의 박빙 우위였다. 이런 치열한 싸움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는 암시하는 주중 3연전이다. 두 팀은 10일 노경은(두산)과 김광현(SK)을 앞세워 첫 위닝시리즈를 따내기 위한 한판 승부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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