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로 팀을 이끌어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더스틴 니퍼트(33, 두산)의 시즌 초반이 심상치 않다. 팀에서는 “일시적인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불안감은 조금씩 커지는 중이다. 니퍼트의 4월 모습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니퍼트는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6이닝 동안 6피안타(2피홈런) 4볼넷 5탈삼진 5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자신의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루크 스캇에게 홈런 2방을 맞으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이로써 니퍼트는 첫 3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6.88이라는 초라한 기록과 함께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실패했다.
2011년 두산에 입단한 니퍼트는 3년 동안 모두 두 자릿수 승수 이상을 기록했다. 3년 통산 38승을 거둔 특급 외국인 투수다. 두산 마운드의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는 출발이 썩 좋지 못하다. 니퍼트의 부진 속에 두산도 5할 승률 아래를 밑돌고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니퍼트의 행보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구속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 시범경기 때까지만 해도 구속이 올라오지 않아 애를 태웠지만 현재는 150㎞ 수준을 회복했다. 직구와 짝을 이루는 슬라이더 등 변화구의 각도 여전히 예리하다. 그러나 기복이 심하다는 것이 문제다. 송일수 두산 감독은 9일 경기를 앞두고 “구위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좋았을 때와 안 좋았을 때의 차이가 있다. 피칭을 하면서 수정을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는데 9일 경기에서도 그런 모습이 드러났다.
경기 초반에 약하다는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1회 스캇에게 2점 홈런을 맞았고 2회와 3회에도 각각 1점씩을 내줬다. 전반적으로 제구가 높게 형성되며 SK 타자들의 방망이에 맞아 나갔다. 구속도 초반에 더 떨어졌다. 올해 니퍼트의 1~3회 피안타율은 3할6푼8리에 이른다. 반면 4~6회 피안타율은 2할6푼5리로 떨어진다. 실제 이날 니퍼트는 4회와 5회 거의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예리한 직구가 구석구석을 찔렀고 변화구는 예리하게 떨어졌다. 결국 기복의 문제가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일단 두산에서는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들쭉날쭉한 감각만 회복한다면 다시 예전의 기량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 이날 니퍼트의 공을 상대한 SK의 한 타자는 “구위 자체는 좋을 때와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초반에 제구가 흔들려 공을 최대한 기다리는 것이 효과를 봤다”라고 증언했다. 4~5회의 공을 꾸준하게 던진다면 여전히 리그 정상급 투수로 군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니퍼트는 시간이 갈수록 더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요소까지 종합하면 아직 위기론이 불거질 시기는 아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등 부상 이후 구위가 다소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제구된 직구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력이 예년에 비해 떨어져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아직 체력적인 문제를 호소할 나이는 아니지만 지난해는 부상 때문에 118이닝 소화에 그친 점도 변수다. 니퍼트가 이런 세간의 의혹을 깨끗하게 씻어내며 다시 두산의 에이스로 복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