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시즌 향방 결정 지을 기대와 명성 사이에서의 '고민'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4.04.10 07: 24

전북 현대가 시즌의 향방을 결정 지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강희 감독이 지휘하는 전북은 지난 9일 제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K리그 클래식 7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원정경기서 0-2로 패배했다. 제주 원정 2연승을 달리던 전북은 연승 행진이 끊기면서 3승 2무 2패(승점 11)가 돼 5위로 떨어졌다.
전북은 경기를 주도했다. 점유율에서 52%로 다소 우세했고, 슈팅 횟수에서는 12-7로 우위를 잡았다. 그러나 문전에서의 결정력이 크게 떨어진 탓에 제주를 넘지 못했다. 전북은 12차례의 슈팅 중 이동국이 후반전에 크로스바를 강타한 슈팅 외에는 유효 슈팅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상대 골키퍼가 선방을 펼칠 기회도 없었던 셈이다.

기록과 선발 명단에서 전북의 고민이 확실히 묻어있다. 전북은 이날 주축 공격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하기 위해 김신과 이상협, 이재성, 김인성 등을 선발로 기용했다. 기존의 이동국과 레오나르도, 한교원 등은 벤치서 대기했다. 최근 주중과 주말 경기로 지친 선수들에게 쉴 틈을 주고자 한 최강희 감독은 선발로 기용한 선수들이 기대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길 원했다.
선발로 출전한 선수들은 경험이 부족하지만 최강희 감독의 기대에 보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방 압박이 강하게 펼쳐지면서 제주의 중원이 힘을 쓰지 못했고, 공격 전개 과정도 괜찮은 편이었다. 다만 문전에서 기회를 잡는 것이 부족했다. 공격 전개가 잘 되다가 문전으로 연결되는 마지막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전북으로서는 답답할 지경이었다.
결국 전북은 후반 들어 이동국과 레오나르도, 한교원 등을 투입했다. 분명히 문전에서의 기회 포착 능력은 좋아졌다. 선수들의 명성이 경기에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동국과 레오나르도는 후반전에만 각각 3차례씩 슈팅을 시도했다. 최강희 감독이 바라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도 있었다. 선발로 투입됐던 선수들이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제주를 몰아쳐 강한 압박을 선보였던 것과 달리 후반전에 투입된 선수들은 공격에서는 합격점을 받을지언정, 수비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미 선제골을 내준 상황에서 공격에 치중하다 보니 추가골을 내줘 전북은 완패를 당하게 됐다. 경기는 전·후반 내내 주도를 하면서 결과를 챙기지 못한 것이다.
제주전에서 완패하면서 전북은 또 다시 고민을 하게 됐다. 최강희 감독도 인지는 하고 있다. 주축 선수들을 계속해서 선발로 기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하지만 경기에서 기대하는 마음만을 믿고 기다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연스럽게 이미 결과를 보여줬던 선수들의 명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최강희 감독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평소 기회를 주지 못했던 선수들을 선발로 내세울 경우 기대하는 마음을 끝까지 유지해 90분을 뛰게 해야 한다. 명성에 의존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간은 90분이 필요하다. 기대와 명성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45분씩을 소비할 경우 제주전처럼 이도저도 아닌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전북의 주포 이동국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동국이 경기서 뛸 경우 전북은 득점을 기대한다. 하지만 이번 시즌 그의 득점은 단 1골이다. K리그 클래식 출전 횟수는 7경기 모두다. 하지만 교체 출전 횟수가 4경기나 된다. 최강희 감독은 예전부터 이동국이 90분을 뛰어야 본래의 힘을 낸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현재 전북은 이동국이 본래의 힘을 내지 못하게 하고 있다. 게다가 경기는 모두 출전해 체력 안배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다. 젊은 선수들을 선발로 내세워 풀타임으로 기용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최고의 결정이 되겠지만, 나쁜 결과가 나온다면 오판이 되게 된다. 결국 결정은 최강희 감독이 내려야 한다. 젊은 선수들에 대한 기대, 그리고 주축 선수들의 명성 사이에서 전북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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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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