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51) 모비스 감독과 김진(53) LG 감독이 같은 무대에서 다른 꿈을 꾸고 있다.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하 챔프전)이 10일 창원으로 돌아와 6차전에 돌입한다. 3승 2패로 앞선 모비스는 6차전을 잡는다면 2연패를 달성한다. 창단 첫 우승을 꿈꾸는 LG는 창원에서 대역전 우승을 꿈꾸고 있다.
선수들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현재 가장 머리가 복잡한 사람은 양 팀 감독이다. 챔프전 결과에 따라 감독경력이 판가름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승을 한다면 성공적인 시즌으로 평가받지만, 준우승을 하면 잘하고도 ‘실패’한 시즌이 된다. 이번 챔프전은 양 팀 수장에게도 사연이 많다.

유재학 감독은 프로농구 챔프전 통산 최다승에 도전한다. 현재 유 감독은 챔프전 통산 15승으로 전창진 감독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만약 모비스가 우승을 하면 유재학 감독은 신선우 전 KCC 감독(현 WKBL 전무이사)과 같은 16승으로 공동 1위에 등극하게 된다. 아무리 '만수' 유재학 감독이라도 언제 챔프전에서 1승을 추가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유 감독은 지난 2006년 삼성과의 챔프전에서 4연패로 무너졌던 경험이 있다. 본인의 첫 번째 챔프전이었다.
김진 감독은 12년 전 대구 동양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 동양은 SK와의 챔프전에서 2승 3패로 뒤졌다. 특히 5차전 막판 진통제를 맞고 나온 조상현에게 역전 3점슛을 얻어맞아 패한 뼈아픈 상태였다. 대구로 장소를 옮긴 6,7차전에서 동양은 내리 2연승을 따내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김진 감독은 “12년 전과 비슷한 면이 있다. 당시 동양도 김승현을 중심으로 빠른 농구를 해야 빛을 보는 젊은 팀이었다. 창단 첫 우승도전이었다는 점도 똑같다. 공교롭게 그 해 부산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렸다. 올해도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리니 좋은 조짐이 아니겠는가”라며 회상에 잠겼다.
일단 역사는 유재학 감독의 편이다. 역대 챔프전 3승 2패 상황에서 우승한 팀은 9팀이다. 실제 유재학 감독은 2007년과 2010년, 3승 2패 상황에서 모비스를 우승시켰던 경험이 있다. 반면 2승 3패를 뒤집은 팀은 2팀에 지나지 않는다. 통계로 따지면 18.2%의 확률이다. 하지만 그 2팀 중 한 팀 수장이 김진 감독이었다는 점이 의미를 지닌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 법이다.
공교롭게 두 감독은 신선우 전 감독과 연결되어 있다. 유재학 감독이 우승하면 신선우 감독의 최다승 기록과 동률이 된다. 또 2승 3패 열세를 뒤집고 우승한 나머지 한 팀은 다름 아닌 1998년 신선우 감독이 이끌던 현대였다. 두 감독은 신선우 전 감독에게 기를 받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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