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리드오프 박용택(35)이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박용택은 9일 사직 롯데전까지 타율 4할4푼 출루율 6할1푼1리를 기록 중이다. 개막전부터 7경기 연속 안타. 그리고 롯데와 맞붙은 최근 2경기에선 8타수 5안타 3볼넷으로 페이스를 더 올렸다. 그야말로 리그 최고의 1번 타자라 해도 손색이 없다.
물론 그냥 얻어진 결과가 아니다. 2012시즌부터 1번 타자로 나서기 시작한 박용택은 올 시즌을 앞두고 컨택과 출루에 최적화된 타격 폼을 만들었다. 투구를 더 잘 볼 수 있도록 시점을 홈 플레이트와 가깝게 했고, 타격 포인트도 뒤로 뒀다. 그러면서 마치 기계처럼 우전안타를 찍어내고 있다.

LG 김기태 감독은 박용택을 두고 “슈퍼스타가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주는 선수다. 그라운드 안에서 뿐이 아닌, 그라운드 밖에서도 박용택처럼 야구에 집중하는 선수를 본 적이 없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올 시즌 구상할 때도 김 감독은 박용택이 차지할 1번 타자 자리를 가장 먼저 확정지었다.
김 감독의 말처럼 박용택은 언제나 야구를 머릿속에 넣어둔다. 타격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그라운드 밖에서도 배트를 든다. 원정 버스가 휴게소에 들릴 때면 짬을 내 배트를 돌린다. 비시즌에는 메이저리그 특급 타자들의 영상을 참고하고 스프링캠프서 자신에게 접목시킨다. 상대 투수들의 데이터를 살펴보고 잠이 들기 전 다음날 첫 타석 시뮬레이션에 들어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에 맞는 레벨 스윙, 스윗 스팟(sweet spot)을 만들어가고 있다.
연구하고 훈련한 만큼, 박용택에게 타석은 즐겁고 소중한 자리다. 박용택은 2014시즌 개막에 앞서 1번 타자로 나서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타석에 많이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1번 타자가 되면 타석에 가장 많이 나갈 수 있지 않나. 그게 1번 타자의 장점이자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나는 타격 자체가 정말 재미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재미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타격 폼을 연구하게 된다”며 “우리나라 최고의 타자인 이승엽 선배, 이대호, 추신수의 타격 폼이 내 머릿속에 들어가 있다. 이들을 보고 연구하면서 내게 적합한 타격, 나만의 타격 이론이 생기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박용택은 큰 경기에 더 강하다. 구장이 크고 관중이 많을수록 진가를 발휘한다. 지난 시즌 사직구장에서 타율 4할5푼5리 OPS 1.213을 올렸다. 지난 6년 동안 2만5000명 이상의 관중이 입장한 경기에선 타율 3할3푼4리를 기록했다. LG는 10일 사직 롯데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임하고, 11일부터는 잠실서 NC와 주말 홈 3연전을 치른다. 이번 주 내내 박용택의 배트는 날카롭게 돌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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