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살타는 득점 확률을 낮춤은 물론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병살타 3~4개면 그 경기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다”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그러나 두산이 그런 병살 악몽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거뒀다. 결국 승부처에서의 끈질김과 침착함이 빛을 발했다.
두산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5-0으로 이겼다. 선발 노경은이 5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봉쇄했다. 여기에 타선은 침착한 승부로 상대 선발 김광현을 괴롭히며 차근차근 점수를 뽑아냈다. 김광현의 제구가 살짝 빠지는 것을 잘 골라내며 침착하게 대응한 것이 결정적인 원동력이었다.
사실 병살타가 세 차례나 나온 두산 타선이었다. 비교적 많은 출루에도 불구하고 점수가 쉽게 나지 않았던 이유였다. 1회 선두 민병헌의 안타 후에는 희생번트에 실패한 고영민이 2루수 방면 병살타를 쳤다. 선취점을 뽑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김재호의 3루타, 정수빈의 스퀴즈로 1점을 낸 3회에도 고영민이 다시 2루수 방면 병살타를 치며 추가 득점의 기회를 놓쳤다.

4회 1점을 더 낸 두산은 2-0으로 앞선 5회 선두 민병헌의 중전안타, 고영민의 볼넷으로 추가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이번에는 김현수가 투수 앞 병살타를 치며 고개를 숙였다. 2-0으로 앞서 있긴 했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 없었던 상황. 그러나 두산 타선은 그런 아쉬움을 딛고 6회 3점을 뽑아내는 데 성공하며 전세를 확실히 가져왔다. 선구안이 그 중심에 있었다.
두산은 6회 1사 후 양의지가 좌익수 옆 2루타를 치며 포문을 열었다. 다음 타자 이원석은 좌익수 뜬공. 만약 여기서도 점수를 내지 못할 경우 선발 노경은이 6회 마운드를 내려간 두산은 불펜에 부담이 커질 수도 있었다. 그런데 두산은 여기서 방망이가 아닌 사실상 눈으로 점수를 냈다.
김광현의 구위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제구가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에서 조금씩 빠졌다. 김광현은 판정에 다소 답답한 면을 드러냈지만 존 자체는 비교적 일관성이 있었다. 두산 타자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김재호가 볼넷을 골라 기회를 이어갔고 정수빈도 8구째까지 가는 승부 끝에 결국 볼넷을 얻어 만루를 만들었다. 파울만 네 개를 쳐내며 김광현을 괴롭혔다.
결국 두산은 이날 2안타를 치고 있었던 민병헌이 승부를 사실상 결정짓는 좌전 2타점 적시타를 뽑아냈다. 역시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고 결국 김광현은 밀어내기를 피하기 위해 정면승부를 벌였는데 이를 민병헌이 놓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때를 기다리며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은 두산의 눈이 만든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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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