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첫 등판서 부진했던 LG 상위 선발진이 윤요섭의 복귀와 함께 페이스를 올렸다.
LG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3연전에 류제국 우규민 코리 리오단, 상위 선발진을 출격시켰다. SK를 상대했던 지난 주중 3연전과 똑같은 선발 카드다. 당시 세 투수는 나란히 올 시즌 첫 번째 선발 등판했고, 각각 4⅓이닝 6실점(1자책) 5⅔이닝 3실점 5이닝 5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시즌 첫 등판이고 컨디션이 100%가 아니었지만, 상위 선발진의 등판 기록으로 보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이번 주 지난해 주전포수였던 윤요섭이 1군에 콜업됐고, 윤요섭은 3경기 전체를 소화했다. 그러면서 류제국 우규민 리오단은 각각 6이닝 2실점(비자책) 5⅔이닝 4실점 7이닝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윤요섭 효과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1군 무대서 포수 마스크를 쓴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윤요섭은 LG 투수들이 선호하는 포수다. 언제나 투수를 먼저 생각한다. 류제국은 윤요섭과 배터리를 이루는 것에 대해 “요섭이 형은 투수와 경기 내외로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러면서 적극적으로 투수에게 모든 것을 맞춰주려고 한다”며 “작은 부분까지도 투수들을 배려한다. 가령 내가 1루 베이스 커버를 하고 난 후에는 홈플레이트 쪽 흙을 고르면서 내가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을 벌어준다. 절묘한 미트질로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투수에게 이런 부분은 정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윤요섭은 포구 자세도 투수 마다 다르게 맞춘다. 가령 투수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출 때 왼쪽과 오른쪽 무릎 중 어느 쪽을 땅에 굽히고 있는 게 편하게 느껴지는지, 혹시 양 쪽 무릎 모두를 땅에 굽히지 않는 게 편한지를 투수에게 물어본다. 투수가 마운드 위에서 집중할 수 있도록, 언제나 투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연구도 철저하다. 배터리를 이룰 투수의 특징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상대 타자들의 타격 컨디션과 스윙 궤적에 따른 강점과 약점을 머릿속에 넣어둔다. 윤요섭은 지난 3일 리오단의 한국무대 첫 등판을 본 소감으로 “9회까지 평균구속 145km를 유지하는 투수는 없다. 자연스레 이닝이 거듭되면 구속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리오단과는 시범경기 첫 등판할 때 호흡을 맞췄었는데 분위기를 잘 타는 스타일인 거 같았다”며 “3회까지 퍼펙트였는데 4회에 맞기 시작했다. 뒤늦게 변화에 임하고 변화구를 섞어 던지다가 잘 되지 않은 것 같다. 리오단과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윤요섭은 지난 10일 리오단의 한국 무대 두 번째 등판서 리오단에게 패턴 변화를 주문했고, 큰 효과를 봤다. 리오단은 패스트볼 일번로, 빠른 템포로 타자들을 상대했던 3일 잠실 SK전과는 다르게, 10일 사직 롯데전에선 변화구의 비중을 높였다. 각도 큰 커브와 체인지업을 앞세웠고, 롯데 타자들은 데이터와 전혀 다른 리오단의 투구에 무득점으로 묶였다.
윤요섭은 2008년 SK에 신고선수로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자 군 복무부터 해결하기 위해 육해공군에 모두 지원했고, 입대일이 가장 빨랐던 해병대서 만기전역했다. 윤요섭은 당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대학을 졸업했는데 어느 팀도 나를 찾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해온 야구를 그만 둘 수는 없었고, 바로 군대부터 갔다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군 전역 후에도 야구선수의 길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돈은 벌어야하니까 아는 분의 소개로 지방 용접소에서 한 달 내내 일했고, 월 400, 500만원 정도 벌었다. 그야말로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일해서 번 소중한 돈이었다. 그렇게 일해서 두툼한 현금 봉투를 받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더라. 내 자신에게 ‘돈 많이 벌어서 정말 기쁘냐?’라고 물었는데 ‘하나도 기쁘지 않다’는 답이 나왔다. 내 인생에서 야구를 떼려야 뗄 수가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선배의 소개로 우여곡절 끝에 SK 유니폼을 입었고, 1군 포수가 되기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다. 75kg의 몸무게는 혹독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100kg에 가까워졌다. 누구 못지않게 치열하고 처절한 과정 끝에 1군 포수가 됐지만, 윤요섭을 자신을 가리켜 “참 운이 좋은 포수다”고 한다.
윤요섭은 “예전에 SK 있을 때 박경완 선배님과 정상호의 부상으로 급히 1군에 올라 포수를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3연전을 모두 뛰었는데 선발투수들이 김광현 송은범 카도쿠라였었다. 다들 공이 좋으니까, 포수를 보면서 마냥 신이 났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트레이드로 LG에 왔는데 LG도 투수들이 굉장히 좋다. 지난해 우리가 팀 평균자책점 1위를 하지 않았나. 정말 나는 참 운이 좋은 포수다”고 웃었다.
윤요섭의 올해 목표는 LG의 우승이다. 2012년 겨울 진주 마무리캠프서 “특별히 원하는 것은 없다. 홈런을 치거나 타점을 올리는 것은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다. 그냥 우리 팀이 이기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고, LG는 2013시즌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이후 윤요섭은 “이제는 우승을 해보고 싶다. 정말 우승을 하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하다”고 목표를 높였다. LG 마운드는 이번 주 윤요섭이 뛴 3경기 동안 평균자책점 2.37을 마크했다. 지난주까지 LG의 팀 평균자책점은 5.52였다. 윤요섭의 복귀가 LG 마운드를 다시 높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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