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트레이드, 빌리 장석의 혜안 빛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11 07: 56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대표는 누리꾼들로부터 흔히 ‘빌리 장석’으로 불린다. ‘머니볼 신드롬’을 일으킨 빌리 빈 현 오클랜드 단장처럼 뛰어난 수완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 이 대표가 또 한 번의 깜짝 트레이드로 세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분명 뭔가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10일 프로야구계는 올 시즌 들어 터진 첫 트레이드 소식으로 시끄러웠다. 넥센과 KIA의 일대일 트레이드가 그 진앙지였다. 넥센은 메이저리거 출신이자 베테랑 잠수함 투수인 김병현(35)을 KIA로 보냈다. 대신 왼손 투수 김영광(23)을 받았다. 김영광은 2014년도 신인지명회의 2차 4순위로 KIA에 입단한 신인 투수다. 야구계가 술렁거렸다.
김병현은 한국무대로 복귀한 뒤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2012년에는 3승8패3홀드 평균자책점 5.66, 지난해에는 15경기에서 5승4패 평균자책점 5.26에 그쳤다. 구위가 많이 떨어져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올 시즌 넥센의 전력에서 사실상 배제되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어쨌든 이름값이 주는 무게는 가볍지 않다. 때문에 반대급부로 받아온 김영광 카드가 약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하지만 야구계에서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어차피 활용도가 낮은 김병현을 비워내고 이 대표가 원하는 유망주 투수를 확보한 까닭이다. 넥센은 김영광에 대해 “좌완 투수로 제구력이 좋고 마운드에서 투지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 트레이드의 중심에 있는 이 대표 역시 1~2년 뒤를 내다본 잠재력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높다.
보통의 구단주들과는 달리 이 대표는 현장에 대한 감각이 매우 뛰어난 인물이다. 히어로즈의 대표로 취임하기 전부터 야구광이었다. 대표가 된 이후에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지식을 쌓았다. 특히 유망주, 그리고 잠재력이 덜 표출된 선수들을 보는 눈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이 대표의 능력은 박병호 윤석민 등을 트레이드하며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번 트레이드의 결말에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이 대표가 아마추어 야구에 정통하다는 점은 성공 가능성을 키운다.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야구대회에 곧잘 나타나 하루 종일 메모를 하기도 한다. 역시 프런트 실무 경험이 있는 염경엽 넥센 감독이 “정말 많이 아신다”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김영광은 그런 이 대표의 눈에 벌써 큰 존재감을 남겼을 가능성이 크다. 중간 절차가 없이 스카우트팀으로부터 바로 보고를 받는 특성상 이미 충분한 내부 조율이 끝났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한편으로는 팀의 미래 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넥센은 지난해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권을 모두 사용했고 최근 2~3년간 신인드래프트에서도 알짜 선수들을 건졌다는 호평을 받았다. 역시 이 대표가 이를 진두지휘했다. 그 중 강지광 조상우 김하성 임병욱 등은 벌써부터 재질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장기적 시선을 가지고 팀을 운영하고 있는 넥센의 청사진에 김영광도 추가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