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수의 믿음, ‘리드오프’ 민병헌 키운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11 06: 32

좀처럼 방망이가 맞지 않았다. 그렇게 민병헌(27, 두산)의 어깨도 처져갔다. 시선은 자꾸 송일수 감독을 향하고 있었다. 믿음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 마음속에 부담으로 남은 탓이다. 그러나 송 감독의 선택은 한결 같았다. 두산의 선발 라인업 맨 윗줄에는 항상 민병헌의 이름이 있었다.
올해 두산의 새 리드오프로 자리매김한 민병헌은 “감독님이 처음부터 잘 치든 못 치든 항상 1번으로 넣어주셨다”라고 회상했다. 두산은 이종욱(NC)의 이적으로 차세대 리드오프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고 송 감독은 지난해 타율 3할1푼9리와 27도루를 기록한 민병헌을 낙점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첫 풀타임 리드오프는 부담이 됐다. 시즌 초반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민병헌은 리드오프 자리에 대해 “부담이 없지는 않다. 팀에서 중요한 임무 아닌가. 못하면 팀 성적으로 직결이 됐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송 감독의 믿음은 민병헌을 다시 일으키는 원동력이 됐다. 몇 경기 못한다고 흔들릴 신조가 아니었다. 연습벌레로 유명한 민병헌도 그런 믿음 속에서 힘을 냈다. 아침에도 운동, 경기가 끝나고도 운동이었다. 그러자 점차 타격감이 살아났다.

그런 민병헌은 8일부터 열린 SK와의 주중 3연전에서 맹활약하며 위닝시리즈의 일등공신이 됐다. 8일 경기에서는 1-1로 맞선 8회 우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3루타를 때리며 역전의 발판을 놨다. 10일 경기에서는 4타수 3안타 2타점의 맹활약으로 역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2-0으로 앞선 6회 2사 만루에서 상대 선발 김광현을 상대로 기록한 2타점 적시타는 이날 경기의 쐐기타였다.
타율은 어느덧 3할2푼4리까지 올라왔다. 출루율은 4할3푼5리까지 끌어올렸다. 다른 팀 리드오프에 못지않은, 오히려 더 나은 수치가 됐다. 민병헌은 10일 경기 후 “컨디션이 괜찮았던 것 같다”라고 살짝 미소를 보였다. 시즌 초반 성적 부진에 마음고생이 있었던 민병헌의 얼굴에 오래간만에 핀 미소였다. 그러면서 송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민병헌은 “감독님께 보답하려고 했다”라는 말로 그간의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씻어냈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것이 민병헌의 생각이다. 민병헌은 “지금까지는 안타를 쳐도 감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라면서 “원하는 공을 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하겠다”고 본격적인 상승세를 예고했다. 민병헌이 송 감독의 믿음에 완벽히 부응하는 순간, 두산의 타선도 미래를 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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