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포츠계에서 박지성(33, 아인트호벤)과 김연아(24, 올댓스포츠)의 상처투성이 발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세계최고 선수가 되기 위해 감수해야 했던 스타들의 고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프로농구 우승 뒤에도 그런 뒷이야기가 있었다.
모비스는 10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하 챔프전) 6차전에서 홈팀 창원 LG를 79-76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모비스는 시리즈전적 4승 2패로 2년 연속 챔프전 우승을 확정지었다. 아울러 모비스는 전신 기아를 포함, 통산 5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해 KCC와 함께 역대 챔프전 최다우승팀에 등극했다. 아울러 모비스는 KCC의 전신 대전 현대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프로농구를 제패한 팀이 됐다.
모비스의 우승 뒤에는 대형신인 이대성의 부상투혼이 있었다. 이대성은 지난 2월 16일 KGC인삼공사전에서 덩크슛을 시도하다 착지를 잘못해 왼쪽 발목을 다쳤다. 부상회복이 더뎠던 이대성은 4강 플레이오프를 결장한 뒤 챔프전에서 제한적 출전시간을 받았다. 유재학 감독은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본인이 아프다고 한다. 인대에 문제가 없는데 뼈 쪽에서 통증을 느끼는 모양”이라고 답답해했다.

가장 답답한 것은 본인이었다. 모비스가 LG와 우승트로피를 놓고 대혈전을 펼치는 와중에 이대성 혼자서 쉴 수 없었다. 결국 이대성은 진통제 주사를 맞고 챔프전 출전을 감행했다.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이대성은 비교적 문태종을 잘 막아내며 우승에 공헌을 했다.
이제야 밝히지만, 이대성은 왼쪽 발목의 붓기가 워낙 심해 농구화를 제대로 신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 사이드스텝을 밟으면 통증이 극심해 왼쪽 방향으로 급격한 방향전환도 불가능했다. 문태종이 이런 이대성의 약점을 알았다면 왼쪽을 집중 공략했을 것이다. 기자도 이대성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지만, 정정당당한 승부를 위해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비밀에 부칠 수밖에 없었다.
우승이 확정되자 이대성은 “이런 발목상태로 뛰었다는 것이 상상이 가요?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극심했다. 아마 시즌이 끝났으니 발목에 수술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면서 하소연을 했다. 그래도 데뷔시즌 우승은 신인 이대성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우승 뒤 이대성은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다. 팀 전체가 하나가 되어 싸웠다”면서 동료들과의 팀워크를 강조했다.

이대성의 희생과 부상투혼이 있었기에 모비스는 통산 5번째 챔프전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유재학 감독은 “기본적으로 힘과 스피드가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어 “이대성의 몸이 괜찮다면, 국가대표 예비엔트리에 뽑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 비시즌에 돌입한 이대성은 발목에 정밀검진을 받고 수술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수술 없이 재활로 발목이 나을 수 있다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로 뛰는 이대성의 모습도 상상할 수 있다. 이대성은 “국가대표 예비엔트리 24인에 뽑히는 것만 해도 영광”이라면서도 아시안게임 출전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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