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최정(27, SK)의 표정은 굳어있다. 훈련 때나 경기 때나 마찬가지다. 좀처럼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SK 팀 전체의 시선은 특별히 바뀐 것이 없다. 오직 믿음이다. 팀 내 최고 선수에 대한 당연한 대우이기도 하다.
최정은 올 시즌 초반 행보가 썩 좋지 않은 편이다. 10일까지 타율 2할6푼8리, 5타점에 머물고 있다. 타율 자체가 그렇게 나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스스로 이야기하듯 안타가 나와도 질이 좋지 않았다. 최정 자신의 마음에 드는 안타는 손에 꼽을 만했다. 게다가 아직 장타가 터지지 않고 있다. 2루타가 하나 있었을 뿐이다. 홈런은 무소식이다. 장타율은 2할9푼3리로 처져 있다.
예상치 못한 부진이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갑자기 찾아온 감기몸살이 결정적이었다. 3~4경기를 힘든 상태에서 치렀다. 그 후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한 번 무너진 밸런스가 쉽게 돌아오지는 않는 법이다. 김경기 타격코치와 느린 공을 치는 연습을 하며 밸런스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확실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최정이 부진하자 SK 중심타선도 기대만큼의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
워낙 고민이 많은 선수라 주위에서 걱정을 할 법도 하다. 하지만 SK 코칭스태프는 최정에 대해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 최정 스스로 슬럼프를 헤어 나올 것이라 보고 있다. 항상 그렇게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한 단계 더 성장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시즌 초반에 그런 고민의 시기가 왔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시각도 있다.
이만수 SK 감독도 최정의 최근 타격 슬럼프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감독은 “주위에서 자꾸 그러니 부담을 갖는 것 같다. 많이 살아나가고 안타를 치면 되는 문제인데 장타가 안 나오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장타에 대한 의식을 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워낙 잘하는 선수라 걱정이 없다. 장타는 조금 일찍 나오느냐, 늦게 나오느냐의 차이일 뿐이다”라며 최정을 두둔했다.
최정은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정상급의 타자다. 현재는 몸이 조금 빨리 나오는 경향이 있어 고전하고 있는데 스스로도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다. 밸런스만 보완하고 한 번의 계기만 찾는다면 언제든지 한창 좋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최정은 11일부터 대구에서 열릴 삼성과의 3연전을 통해 슬럼프 탈출에 도전한다.
skullbo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