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만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삼성 라이온즈 '안방마님' 진갑용(40)이 오는 17일 일본 나고야의 주니치 병원에서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와 웃자란 뼈를 깎는 수술을 받을 예정.
10일 오후 대구 북구의 한 수제버거 전문점에서 만난 진갑용은 "오래 전부터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주사를 맞기도 하고 참고 또 참아 봤는데 통증이 가시지 않았다"며 "지난달 전훈 캠프를 다녀온 뒤 정밀 검진을 받았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불혹의 나이에 수술대에 오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고 표현해도 될 만큼 과감한 선택이었다.

진갑용은 "선수 생활을 좀 더 할 수 있을때 부상없이 뛰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인터뷰를 통해 '후배들과 한 번 경쟁해보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었다. 예전의 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욕심이 강했는데 후배 포수들이 하는 걸 보니 잘 하더라. 그래서 잠시 쉬어가자는 의미에서 수술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대답했다.
재활까지 약 3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나 하루라도 빨리 합류하는 게 그의 목표다. 진갑용은 "복귀 후 기용 여부는 감독님께서 결정하실 부분이지만 부상없이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은 진갑용과 이지영 모두 전력에서 이탈하는 바람에 포수진 운용에 빨간 불이 켜졌다. 하지만 진갑용은 "이정식과 이흥련이 잘 해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특히 그는 2년차 포수 이흥련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진갑용은 "같은 선수 신분이라 다소 조심스럽지만 선배 입장에서 봤을때 수비 부문에서 아주 좋아졌다. 상대 타자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노하우를 터득한다면 좋은 포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 이어 그는 "송구, 블로킹 등 기술적인 부분 모두 뛰어나다. 무엇보다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자세가 선배로서 정말 보기 좋다"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돌(오승환)이 빠진 자리에 뱀(임창용)이 똬리를 틀었다'고 했던가. 오승환 대신 임창용이 뒷문 단속에 나서게 돼 마운드 약화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떨쳐냈다.
2002, 2005, 2006, 2011, 2012, 2013년 삼성의 6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공을 세웠던 진갑용은 "누구 하나 빠졌을때 또 다른 누군가가 그 공백을 메운다는 게 얼마나 큰데. 더욱이 임창용과 같은 최고의 선수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잘 되는 팀의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엄지를 세웠다.
"부럽네". 진갑용은 아쉬운 듯 한 마디 내뱉었다. 우승에 목말랐던 2002년 삼성의 챔피언 등극을 이끌었던 주역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크다. 옛날 그 멤버들 다 모여 있는데 말이다. 고참들 한 번 힘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수술을 앞둔 진갑용은 "요즘에는 외부에서 바라보는 입장이다. 한번씩 보면 참 재미있다. 전력 평준화가 된 것 같다. 어느 팀이 최하위가 될지 예측할 수 없는 것 같다"면서 "하루 빨리 회복해 그라운드에 다시 서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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