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이 이번 시즌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우완투수 조상우(20)의 발견이다. 조상우는 최근 부진하며 평균자책점이 4.70까지 올라갔지만, 7⅔이닝 동안 삼진을 10개나 잡을 만큼 파워 넘치는 피칭으로 리그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미완의 대기였던 조상우는 투구 시 머리가 돌아가는 것을 교정하면서 한층 거듭났다. 염 감독은 “(조상우에게)테이크백을 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머리가 움직이는 축을 잡았다. 지금은 던질 곳에서 눈이 안 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라고 설명했다.
조상우가 넥센 마운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은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다. 염 감독도 “조상우는 이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이제는 맞아도 기회를 주고 키워야 할 선수다. ‘키울 수 있겠다’에서 ‘키워야겠다’는 확신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당초 넥센은 롱 릴리프로 쓰기 위해 조상우의 가능성을 점검했다. 염 감독은 “우리팀은 4~6회에 안 되면 포기하곤 했는데, 그래서 2이닝을 끌어줄 수 있는 롱 릴리프가 필요했다. 그런 부분이 아쉬웠는데 지난해 막판 (강)윤구가 해줬고,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해 상우를 쓴 거다”라며 조상우를 선택한 배경을 밝혔다.
넥센의 투수 유망주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조상우가 향후 선발 혹은 마무리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기대가 된다. 아직 염 감독의 자세는 신중하다. “이제 첫 발을 내딛은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잘 결정해야 한다. 방향을 잡으려면 두 시즌 정도 봐야 할 것 같다”는 것이 염 감독의 생각.
그러나 아직 선발은 이르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시즌에는 투구 수 60개 이후 구속이 저하되는 현상이 있어 선발은 이르다고 판단했다. 힘으로 던지기 때문에 부상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50개 정도가 적당하다고 봤다. 나중에 밸런스를 이용해 공을 던지기 시작하면 더 좋아질 것이다”라고 말하며 염 감독은 자신의 판단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이로 인해 마무리로 키우는 것도 선택 가능한 옵션이다. 염 감독은 “메커니즘이 안정되면 다시 판단해야겠지만 지금이라면 (장기적으로)마무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물론 선발로도 좋은 점들을 가지고 있다. 마무리로 좋은 점은 견제와 슬라이드 스텝이다. 슬라이드 스텝은 팀에서 가장 빠르다”며 조상우를 미래의 마무리로 쓸 경우 장점이 될 수 있는 점들을 나열했다.
150km를 넘는 강속구를 지닌 조상우는 누가 보기에도 매력적인 투수다. 빠른 공만 가지고 1이닝을 막는 마무리도 좋지만, 선발투수 조상우의 모습을 원하는 이들도 많다. 선발과 마무리 모두 지금은 이르다 하지만, 미래에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아직은 개선할 점이 없지 않지만, 조상우를 바라보는 염 감독의 시선은 흐뭇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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