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권법'(박광현 감독)의 제작사와 배우 여진구의 소속사 제니어스 엔터테인먼트 측이 각을 세우고 있다. 같은 상황을 두고 동전의 양면과 같은 대립으로 결국은 '상도(商道)'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이다.
'권법' 제작사의 공식입장을 통한 주장은 여진구가 8월 '권법' 촬영에 들어가기 전 무리하게 영화 '내 심장을 쏴라' 출연을 결정하며 불가피하게 하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진구 측은 "문제의 본질은 계약을 한 상황에서 다른 배우의 미팅한 것인데 이를 교묘히 피하고 있다"라는 입장이다.
결국 '권법' 제작사 측은 여진구의 소속사가 영화 '내 심장을 쏴라'에 출연하면서도 상도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고, 여진구 측은 계약서를 한낱 종이로 만들며 다른 배우의 캐스팅을 타진하며 상도를 어겼다는 주장이다.

'권법'의 제작사 티피에스컴퍼니 스카이워커 측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권법'의 감독과 제작사 측은 배우 여진구 씨가 작년부터 올해 4월 말까지 거의 매일 촬영하다시피 하는 시트콤 촬영이 끝나자마자, 8월 크랭크인 영화를 앞둔 상황에서 5, 6, 7월 동안 다른 작품을 하고 오겠다는 것은 여러 이유로 무리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권법' 촬영 전 다른 작품을 하지 말아 달라는 의사를 명확히 전달했지만, 소속사 측은 제작사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한 이후 3월 10일 경 '내 심장을 쏴라'를 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라고 주장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여진구가 '권법' 촬영 전 잠깐 다른 영화를 찍고 올게요, 라는 식인데 그걸 들은 순간부터 제작사 측은 '멘붕'이었던 것 같다"라고 조심스럽게 귀띔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여진구 측은 "문제의 본질을 그것이 아니다"라는 말다. 여진구 측은 "제작사 측의 공식 입장은 문제의 본질을 교묘하게 피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논란의 가장 중요한 점은 여진구와 계약을 파기하기 전 다른 배우를 접촉했느냐 안했느냐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것은 말장난이라는 것.
여진구 측은 "분명 제작진 측과 계약을 논의할 당시, 크랭크인하기 전에 여진구에게 좋은 작품이 들어온다면 출연을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고, 제작사 측도 동의했다. 하지만 계약서를 찍고 난 뒤 말이 달라졌다. 영화 '내 심장을 쏴라'는 7월에 촬영이 끝나는 데, 갑자기 출연을 반대하며 계약 파기도 하지 않고 다른 배우를 접촉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내 심장을 쏴라' 측은 '권법'의 촬영에 지장을 주지 않기로 약속한 것으로도 알려진 바다.
'권법' 측이 여진구와 계약을 해 놓고 김수현 등 한류스타에게 캐스팅 제의를 한 사실은 가장 비난을 받는 대목.
제작사 측은 이에 대해서는 "저희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영화 '내 심장을 쏴라' 출연)을 소속사가 계속 요구하는 상황에서 저희도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고, 3월 중순경 다급한 마음에 몇몇 배우들의 컨디션을 체크해 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심도 깊은 논의가 아니었으며 가능성을 타진해 본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제작사 측은 하차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 양측의 입장 차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계약이 파기된 것은 맞지만 '일방적으로 하차 통보를 받았다'는 제이너스(여진구 소속사)의 주장에 저희는 그저 당혹스러울 따름이다"라고 전했다.
여진구 측은 이에 "일방적 하차 통보가 아니라니 이제는 그냥 할 말이 없다"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과연 여진구에게 전화 한 통 없이 공식 자료를 통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이 어른으로서 맞는 일인가 싶다. 상황이 급박할 때는 소속사를 통하지않고 여진구나 부모님 쪽에 전화를 하더니, 사과는 전화 통화 한 통 없이 보도자료를 통해서다. 그 부분이 아쉽다"라고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기본적으로 일단 미성년자 배우가 주연 캐스팅이 됐고 하차한 입장에서, 직접적인 한 마디라도 필요하지 않았냐는 의견이다.
한편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박광현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잡은 '권법'은 당초 배우 조인성이 군 제대 복귀작으로 선택해 화제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작이 무산되는 우여곡절 끝에 조인성이 스케줄 상 하차했다. 이후 한중 합작 제작이 결정, 200억 원의 제작비로 다시 제작에 돌입하는 등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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