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이었다. 기분 좋은 마수걸이 홈런 두 방도 허무한 역전패에 묻혔다.
한화는 개막 후 10경기에서 9개의 팀 홈런으로 만만치 않은 화력을 뽐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1~4번 타순에서는 홈런이 하나도 없는 반면 5~9번 타순에서만 9개 홈런이 모두 터졌다. 4번타자 김태균이 고감도 타격에도 홈런을 신고하지 못했고, 또 다른 거포 김태완은 2군에 머물러 있었다. 그랬던 두 선수가 11일 대전 넥센전에서 나란히 마수걸이 홈런포를 신고했다.
먼저 김태균의 한 방이 터졌다. 0-1로 뒤진 1회말 2사 2루에서 첫 타석에 등장한 김태균은 넥센 선발 강윤구의 초구 바깥쪽 높은 141km 직구를 정확하게 밀어쳤다. 타구는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투런 홈런으로 이어졌다. 개막 11경기 만에 터진 비거리 120m 마수걸이 홈런.

전형적인 김태균의 홈런이었다. 바깥쪽 높은 직구를 크게 힘들이지 않고 정확하게 받아 쳤고, 우중간 담장을 그대로 넘겼다. 김태균의 타격감이 가장 좋을 때 나오는 우중간 홈런이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홈런 갈증을 풀어내며 마음의 짐도 덜었다.
김태균이 터지자 김태완도 터졌다. 개막 엔트리에는 들었으나 대수비로 1경기 출전한 게 전부였던 김태완은 지난 1일 2군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2군 퓨처스리그에서 7경기 27타수 13안타 타율 4할8푼1리 1홈런 11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고, 열흘의 기한을 채운 이날 곧바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김태완의 한 방도 결정적인 순간에 터졌다. 2-1로 리드했으나 좀처럼 추가점을 내지 못해 달아나지 못하는 상황. 5회 2사 1루도 비슷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이때 김태완의 거포 본능이 살아났다. 마정길의 4구째 가운데 높은 137km 직구를 잡아당겨 비거리 110m 좌월 투런포로 장식했다. 높게 포물선을 그리며 넘어가는 김태완표 홈런. 승부에 쐐기를 박는 한 방이었다.
그러나 불펜이 8~9회에만 무려 6실점하며 6-7 허무한 대역전패를 당했다. 박정진-김혁민-최영환 등 필승맨들이 총충돌했음에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김태균과 김태완의 마수걸이 홈런으로 기세를 올렸으나 결과는 대역전패. 한화로서는 웃다가 울고 만 운수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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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