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수의 책임감, SK 불펜 안정시킨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12 06: 30

박희수(31, SK)의 시즌 초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철벽 마무리’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기록 이면에 숨겨진 또 하나의 가치가 있다. 바로 책임감, 그리도 동료들에 대한 배려다. 박희수의 이런 굳건함 속에 SK 불펜도 서서히 안정을 찾고 있다.
박희수는 11일까지 총 5경기에 등판해 5번 모두 세이브를 챙겼다. 기록을 보면 가히 ‘철벽’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피안타율은 1할1푼1리, 피출루율은 1할5푼8리에 불과하다. 총 80개의 공을 던졌는데 그 중 스트라이크는 72.5%(58개)에 이를 정도로 공격적인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더 값어치 있는 기록은 기출루자득점허용률이다. 박희수는 총 6명의 기출루자가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그 6명의 주자는 단 한 명도 홈을 밟지 못했다. 동점이나 역전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나선 터프세이브도 한 차례 있었다. 말 그대로 적어도 지금까지는, 박희수의 등판 자체는 SK의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됨을 의미했다.

이런 박희수를 이끄는 동력은 여러 가지가 있다. 몸 상태도 좋고 밸런스가 잘 잡혀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마무리 첫 해에서 쌓인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 또 한 가지의 무형적 요소가 있다. 바로 책임감이다. 팀의 승리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은 물론 동료들의 짐을 덜어주겠다는 책임감은 박희수의 집중력을 예민하게 만들고 있다.
박희수는 5번의 세이브 중 두 차례가 1이닝 이상을 소화한 세이브였다. SK 불펜 사정이 드러나는 수치다. SK는 시즌 초반 필승조 라인이 다소 부진했다. 백인식 진해수 윤길현 박정배로 필승계투조를 꾸렸으나 시범경기 막판부터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 중 핵심 자원이었던 백인식은 부진 끝에 2군으로 내려갔다. 결국 박희수를 8회에 조기투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박희수는 이런 상황을 원망하지 않는다. 연투 경험, 1이닝 이상 투구 경험이 많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더불어 자신이 버티면 동료들도 덩달아 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박희수는 9일 잠실 두산전에서 짜릿한 세이브를 거둔 뒤 “아웃카운트 다섯 개는 마무리투수가 볼 때 멀어 보이기는 하다”면서도 “내가 지금 이렇게 막고 있으면 언젠가는 우리 불펜이 살아날 것이다. 그 때 나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의 올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은 4.41이다. 삼성(3.13), 롯데(4.08)에 이어 리그 3위의 수치지만 수치에 비해 불안감이 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불펜의 분위기는 좋다”라는 것이 투수들의 한목소리다. 성적이 좋아서 그렇기보다는, 서로를 보듬어주고 격려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룸메이트인 윤길현과 진해수는 투구 내용에 대해 의논하고, 박정배는 가벼운 농담으로 후배들의 부담을 덜어주기도 하다.
박희수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동료들이 완전한 컨디션을 찾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지금 힘들어도 연투와 긴 이닝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다. 조짐은 조금씩 나타난다. 10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팀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유수 이재영이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선보였다. 11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선발 로스 울프가 조기강판됐지만 진해수(1⅓이닝) 윤길현(1⅓이닝) 박정배(⅔이닝) 박희수(1이닝)가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삼성 타선을 봉쇄한 끝에 값진 승리를 거뒀다. SK 불펜은 그렇게 다시 일어서고 있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