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와 체력’ 울프의 마지막 과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12 07: 41

SK의 새 외국인 투수 로스 울프(32)가 한국무대에서 세 번째 등판을 마쳤다. 일단 평가는 호의적이다. ‘한국형 외국인’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다만 과제도 있다. 그 과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올 시즌 성적을 쥐고 있다.
울프는 올 시즌 3경기에 나가 16⅔이닝을 던지며 1승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 중이다. 성적에서 볼 수 있듯이 출발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 3경기 중 2경기에서 6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그 2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였다. 피안타율도 2할3푼9리로 준수하다. 구단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중이다.
지난해 텍사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포함됐었던 울프는 지금은 일본으로 떠난 크리스 세든(요미우리)의 대체자로 데려온 선수다. 세든은 지난해 14승을 거두며 SK의 에이스 몫을 톡톡히 했다. 울프로서는 부담이 되는 여건이다. 그럼에도 좋은 땅볼유도능력을 선보이고 있고 장점이 많은 선수임을 어느 정도 증명해가고 있다. SK로서는 일단 최악의 시나리오는 넘겼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예상대로 압도적인 구위로 상대 타선을 윽박지르는 스타일의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한 번에 무너지는 유형의 선수도 아니다. 안정감 있게 6~7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위기관리능력이 좋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울프는 올 시즌 득점권 상황에서 1할6푼7리의 피안타율을 기록 중이다. 뜬공이 5개였던 반면 땅볼은 8개를 유도했다. 자연히 실점 확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제구도 비교적 합격점이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64.9%로 괜찮다. 타석당 투구수도 3.61개로 빠른 승부를 통한 범타 유도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기대를 모았던 땅볼유도능력은 ‘역시나’다. 땅볼/뜬공 비율이 1.75에 이른다. 140㎞ 중·후반대에 형성되는 투심패스트볼을 앞세워 타자들의 방망이를 조금씩 피해가고 있다. 지난 5일 문학 한화전에서는 방망이가 부러지는 장면이 두 차례나 나왔다. 빗맞는 타구를 유도할 수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보완점도 있었다. 제구가 얼마나 낮게 형성되느냐가 첫 번째다. 5일 문학 한화전에서는 이 과제를 잘 수행했다. 호투의 비결이었다. 그러나 11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투심은 물론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높게 떨어지며 아찔한 장면이 더러 있었다. 공이 높게 형성되면 제 아무리 볼끝 움직임이 심한 울프라 하더라도 땅볼을 유도하기가 어려워진다.
체력도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울프의 1~3회 땅볼/뜬공 비율은 무려 2.29다. 그러나 4~6회는 이 비율이 1.33으로 떨어진다. 이만수 SK 감독은 5일 경기 당시 울프를 예상보다 빨리 교체한 이유에 대해 “공이 날리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현역 시절 당대 최고의 타자였던 이 감독의 눈에 공에 힘이 떨어진 인상을 줬다는 것이다. 울프는 지난해까지 주로 중간계투로 뛴 선수다. 힘 조절에 대한 노하우는 조금 부족할 수 있다.
결국 빠른 승부로 투구수를 줄여가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려면 낮은 제구로 빗맞은 타구를 유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공의 힘 자체로 타자들을 누르기는 어려운 만큼 타자의 눈높이에 들어가면 안타를 맞거나 파울이 될 수밖에 없다. 11일 삼성전에서도 결국 많은 파울 타구가 투구수를 불렸고 이는 4⅔이닝 조기강판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비교적 괜찮은 스타트를 끊은 울프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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