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증식'하는 예능시간이 문제라는 인식이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불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시간은 일요일 저녁이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주력하는 간판 프로그램이 포진해있기도 하지만, 매주 향방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하는 치열한 시장 환경도 한 몫한다. 프로그램 내 작은 변화가 그 주 시청률 순위를 가름하는 요인이 된다.
공통적으로 방송 관계자들은 끝없이 늘어나는 예능 시간이 문제라고 지적하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대응방안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몇 분 먼저 시작하느냐에 따라 시청률이 크게 흔들리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 그래서 KBS가 일요일 저녁 시간 대 틀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오후 4시 55분에서 30분으로 다시 20분으로 끌어 당기자, 다른 채널도 비슷한 시간으로 편성표를 조정했다. 현재 MBC '일밤 - 아빠 어디가', SBS '일요일이 좋다 -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3'는 오후 4시 30분에 방송된다.

방송 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에 관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작환경 악화가 이유. 관찰 예능이 많은 현 상황에서 녹화시간은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길게는 며칠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분량 확보라는 과제까지 떨어지면 현장 피로도는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분량을 뽑기 위해 출연자, 연출진이 함께 고생길에 올라야 하는 것. 콘텐츠 다양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다른 프로그램이 편성될 수 있는 시간에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내보내면서 성질이 단순화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시장 내부적인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김태호 P는 지난달 자신의 트위터에 "예능 프로그램들의 방송시간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걸 막을 수 있는 건 이제 시청자 밖에 없는 것 같다"는 글을 올려 반향을 낳기도 했다.
그렇다고 반대 의견이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볼거리가 충분히 확보가 됐는데 굳이 방송시간을 줄여서 이를 사장시킬 필요는 없는것 아니냐"는 반문이다. 한 KBS 측 관계자는 "경쟁적으로 시간을 늘린 것이 아니라 좋은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에게 더 많이 보여드리고자 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충분한 콘텐츠가 확보가 됐는데 타 방송사의 사정 때문에 이를 사장시키기는 행위는 제작진 입장에서 납득하기 힘들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MBC 예능프로그램 '사남일녀'와 '나 혼자 산다'가 방송 분량을 늘린 후 동시에 시청률 상승이라는 성과를 거둬 눈길을 끈다. '사남일녀'는 지난 11일 평소 시간대 보다 30분 앞당긴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됐으며 '나 혼자 산다' 역시 오후 11시 20분이 아닌 15분 앞당겨 11시 5분에 방송됐다. 두 프로그램 모두 앞당겨 전파를 타는 것 뿐만 아니라 평소보다 10분에서 20분가량 길게 방송됐다.
일회성이긴 해도 MBC는 금요일 예능 프로그램이 지상파,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을 가리지 않고 심화된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 시간대 변경으로 시청자 선점 가능성을 노렸을 가능성이 높다. 즉, 방송분량과 시청률의 상관관계를 증명하는 좋은 예가 됐다.
12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임시 확대편성됐던 '사남일녀', '나 혼자 산다'는 각각 전국기준 6.7%, 8.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일 방송분 보다 2.4%포인트, 1.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 같은 방송분량 경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랜 기간 지속돼 온 채널 간 싸움인 셈. 이 사안이 문제라고 인식된 이유는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이 무려 3시간 30분에 달하면서 이뤄졌다. 전례가 없던 긴 방송시간을 어떻게 정화시켜 나갈지는 현장에 자리한 방송인들의 몫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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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MBC,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