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아웃에서는 항상 장난끼가 넘치는 선수지만 그라운드에서는 누구보다도 진지했다. 후안 유리베가 탄성을 자아내는 호수비로 마운드 위의 류현진을 도왔다.
류현진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리고 있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시즌 2승을 따냈다. 팀은 6-0으로 승리했다.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단번에 2.57까지 내려가 2점대를 회복했다.
류현진의 공이 워낙 좋았던 측면이 컸다. 애리조나 타자들이 제대로 손도 못 댔을 정도였다. 99개의 공 중 70개가 스트라이크였을 정도로 제구 또한 뛰어났다. 자유자재로 구사한 변화구 또한 효율적으로 먹혔다. 하지만 동료들의 지원도 좋았다. 아드리안 곤살레스가 초반 대폭발하며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고 호수비를 펼친 이도 있었다. 바로 핫 코너를 지킨 유리베였다.

유리베의 출발은 불안했다. 1회 무사 1루에서 힐의 3루 땅볼 때 한 차례 더듬으며 병살 플레이 연결에 실패했다. 그러나 유리베는 역시 리그 최고 수비수 중 하나답게 호수비 퍼레이드로 류현진을 웃음짓게 했다.
4회 1사 프라도의 3루 땅볼이 시작이었다. 방망이에 빗맞아 3루 쪽으로 천천히 굴렀다. 투수 류현진과 3루수 유리베가 교차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유리베는 이를 잡아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1루에 던져 아웃시켰다. 경기를 중계한 다저스 전담 캐스터 빈 스컬리는 “오프 밸런스 상황에서 완벽한 송구를 보여줬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5회에도 또 하나의 호수비가 나왔다. 역시 1사 주자 없는 상황이었다. 파라의 타구가 3루 라인 쪽으로 붙었다. 잡을 수는 있지만 송구로 연결시키기가 쉽지 않은 동작이었다. 유리베도 포구를 하느라 무게중심이 완전히 무너져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유리베는 바로 공을 글러브에서 빼 송구로 연결, 결국 아웃시켰다.
역시 빈 스컬리는 “완벽하고 환상적인 송구였다. 그의 오른쪽 다리를 보라. 믿을 수 없다”라고 했다. 유리베는 오른쪽 다리의 움직임을 통해 간신히 무게중심을 잡았고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1루로 송구, 두 차례나 류현진을 도왔다. 유리베를 바라보는 류현진의 얼굴도 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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